<앵커>
옛날에는 인왕산에도 호랑이가 살았다고 하죠. 그동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호랑이는커녕 옛 정취를 느끼기도 쉽지 않았는데, 인왕산 계곡의 옛모습이 드디어 복원됐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경치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권애리 기자입니다.
<기자>
과감한 푸른빛 채색이 싱그러운 여름날의 열기를 그대로 전하는 듯합니다.
조선시대 화가인 겸재 정선의 18세기 작품 장동팔경첩 중 지금의 서울 옥인동에 해당하는 수성동 계곡을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 속 선비들이 인왕산의 절경에 감탄해 잠시 발걸음을 멈췄던 그곳, 바로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자리입니다.
40년 동안 아파트가 들어서 있던 이곳이 이렇게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서울시가 2년 동안 1000억여 원을 들여 낡은 아파트 9개 동을 헌 뒤, 300년 전 진경산수화 속의 옛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겁니다.
소나무와 산철쭉 등 수목 1만 8000그루를 심어 화사한 푸른빛으로 표현됐던 절경을 살렸습니다 .
그림 속 기린교도 철제난간을 철거해 옛 모습 돌다리 그대로 되돌렸습니다.
천재화가 겸재 정선이 그림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 자리엔 시민 휴식공간을 조성했습니다.
[김희숙/서울 효자동, 40년째 거주 : 전에는 여기서 뛰어놀았는데 그 모습이 드러났죠, 지금.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좋습니다.]
겸재 정선을 비롯해 많은 진경산수화 화가들이 남긴 서울의 옛 풍경들은 지금은 대부분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복원은 더욱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애란/화가 : 우리 옛것을 찾아서 복원한 거 아니에요. 폭포도 앞으로 그렇게 됐으면 좋겠고요. 이런 데 와서 사생도 하고.]
서울시는 300년 전 모습대로 복원된 수성동 계곡을 서울의 대표적 역사경관 명소로 관리해 나갈 계획입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 영상편집 : 김경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