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는 조선인의 전염병을 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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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당국은 조선인들의 전염병을 방치했다."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가 일제의 식민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와 생활수준 향상에 도움을 줬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황 교수는 지난 6일 국제고려학회 서울지회가 주최한 전국학술대회에서 '질병, 사망, 의료를 통해 본 일제강점기 조선 민중들의 삶: 식민지 근대화론의 허실'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황 교수는 우선 '식민지 근대화론'을 둘러싼 논쟁에는 근본적으로 한계와 문제점이 내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학자들이 사용한 경제 지표의 경우 대개 조선인과 일본인이 구별되어 있지 않아 조선인의 생활수준 향상 여부를 판단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이러한 경제지표 대신 조선인과 일본인이 구별된 인구 및 보건 위생에 관한 지표를 토대로 일제 강점기 조선 민중의 삶을 고찰했다.

일제강점기를 통해 과연 조선인의 생활수준은 개선됐을까.

일제강점기를 통해 조선인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전염병 사망률 감소가 조선인 사망률 감소의 주요 요인이라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황 교수는 "일제 강점 기간 조선인들의 사망률이 감소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조선인의 전염병 사망률이 떨어졌다는 직접적인 근거는 찾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조선총독부가 조선인들의 전염병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일제 당국은 식민지 조선의 최대 보건의료 문제였던 조선인들의 전염병을 아예 방치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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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가 공식 집계한 법정전염병 환자 수는 조선인에 비해 일본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이는 조선인 환자가 실제로 적었던 것이 아니라 조선총독부가 환자 수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황 교수는 "조선인의 전염병 발생에 대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 일제 보건시책의 실상"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인 사망률 감소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히는 영양상태 개선, 상하수도 보급 등 위생환경 개선, 의료혜택 확대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황 교수는 "곡물과 (감자, 고구마 등) 서류(薯類)를 통한 1일 칼로리 섭취량을 검토해 보면 일제강점 후기로 갈수록 칼로리 섭취량이 감소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면서 "일제강점기를 통해 조선인들의 영양상태가 조금 악화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개선됐을 여지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절대다수의 조선인들은 위생적인 상수 공급의 혜택을 받지 못했으며 의료기관도 일본인들을 위한 의료기관일 뿐 조선인들은 의료에서 소외돼 있었다고 황 교수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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