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전주의 대형병원에서 80대 남편이, 6년째 폐암으로 고통 받던 70대 아내의 산소 호흡기를 잘라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평소 금실 좋기로 소문난 부부여서 주위의 충격은 더욱 컸다.
남편은 경찰에게 더 이상 아내의 고통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병원 측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 97년 이른바 '보라매 병원 사건'처럼 의료진이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위중한 환자를 퇴원 조치할 경우 '살인방조죄'가 성립돼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은 결국, 환자의 상태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 하지 않는 문화, 죽음에 대해 언급을 꺼려하는 우리 문화가 낳은 비극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무조건 끝까지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는 게 미덕으로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가 임종 직전까지 무리한 항암치료를 부추긴다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암 사망자의 임종 한 달 전 항암제 투여 비율은 미국에 3배에 달한다.
임종 순간까지 치료에 매달리는 사회적 분위기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경제적 고통까지 떠안게 한다. 임종 직전 한두 달에 평생 치료비의 절반이 쓰이는 현실에서, 환자 본인이 원하는 치료의 방향에 대해 가족들과 미리 논의하는 게 가족 간의 갈등을 줄이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데…
무의미한 치료를 지속할 것인지, 연명시술을 할 것인지, 생사를 둘러싼 결정의 순간에, 어떻게 하면 환자 본인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을까?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를 알아보고, 아름답게 이별을 준비한 가족들을 통해 삶의 질 만큼 중요한 '임종의 질'에 대해 취재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