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친정 복귀'
서울 삼성이 황진원(34)을 영입했다. 강산이 1번 변한 후 1년이 지났으니 무려 11년 만에 자신을 뽑아 준 팀으로 다시 이적하게 됐다. 2001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후 11년간 그의 농구인생은 KBL의 살아있는 '트레이드의 역사'라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농구인생은 떠돌이가 아니다. 그는 고교시절 부터 꾸준히 30득점 가까이 해주는 마산고의 득점머신이었고 대학시절에도 꾸준히 15득점 이상을 올려주는 성실한 선수였다. 11시즌 동안 평균 9.1득점, 2.1리바운드, 2.6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올 시즌 FA 자격을 얻은 황진원은 동부와 보수 총액 2억 5천만 원(연봉 2억 원, 인센티브 5천만 원)에 2년 계약을 맺고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삼성으로 이적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우선 나이부터 확인하고 봅시다. 78년생이니까 35살?
→ 만으로 34살이에요. 아직 생일이 안 지났으니 33살로 해주세요.
Q> 연봉 계약의 세부 조건은 어떻게 됐나?
→ 2억 5천만원인데 2억원이 연봉이고 5천만원이 인센티브에요. 보통 인센티브는 6강에 갔을 경우라던가 출전시간이 800분 이상이 됐을 경우 100% 지급 등의 조건이 붙어요. 다른 선수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저는 이번에 훈련과 평소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이 성실하다고 판단되면 감독님과 구단의 상의 하에 인센티브에 대한 지급 정도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의 경우 인센티브 조건은 선수마다 다르지만 보통 팀이 28승을 하여 5할 승률을 조금 넘으면 인센티브가 모두 지급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Q> 물어보는게 미안하다. '저니맨'이라는 별명에 대해서 안물어 볼수가 없다. 한 시즌 두번이나 트레이드 됐던 당시 상황과 심정은?
→ 프로니까 이 팀에서 뛰던 저팀에서 뛰던 상관은 없어요. 지금은 괜찮지만 젊은 시절 트레이드는 정말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특히 첫번째와 두번째 트레이드는 많이 힘들었었죠.
첫번째 트레이드(2001년 5월 삼성→LG)는 휴가가서 집에 가고있는데 숙소로 들어오라는 호출이 왔어요. 트레이드 됐다고 하더라구요. 삼성에서 한 경기도 뛰지도 못했는데 트레이드가 됐어요. 세상에 이런 경우도 있나 싶었어요.
두번째 트레이드(2001년 12월 LG→코리아텐더)는 오후에 운동하고 미용실에서 머리하는데 급히 체육관으로 모두 집합하라는 연락이 왔어요. 집합하니까 감독님이 우리 팀에 트레이드 되는 사람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에요. 저는 트레이드 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했죠. 누군지 두리번 거렸는데 저를 호명 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1년에 두번이나?
Q> 2001년 첫 해 삼성에서 LG로 가게된 계기와 비하인드 스토리는?
→ 언론에는 아버지가 마산에 사셔서 아버지가 김동광 감독님에게 고향과 가까운 LG로 가게 해달라고 전화하셨다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제가 알기로는 이미 삼성으로 지명되기 이전부터 LG에 가기로 얘기가 끝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제와서 아버지에게 진짜 김동광 감독님에게 전화하셨냐고 물어보기도 뭐하고...
Q> 짖궂은 질문 하나 하자. 7번 이적하는 동안 유니폼도 많이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다 가지고 있나?
→ 두번째 트레이드 때 LG는 다음날 경기가 있다고 해서 호명된 그날 밤에 바로 여수로 출발했어요. 그냥 무조건 가라고 해서 유니폼 뿐만 아니라 짐도 챙길 여유 조차 없었어요. 아마도 코리아텐더, KTF, SK, 안양 KT&G, 동부 유니폼은 뒤져보면 있을 거예요.
Q> 트레이드 후 자신의 농구인생에 대한 생각은?
→ 여러번 이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팀을 이적 할 때 마다 뛸 수 있는 여건이 되서 제 농구인생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항상 비워진 자리가 있었고 그 자리 들어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었어요. 이적한 팀들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굳이 애착이 간다면 제가 플레이를 더 잘했을 때 기분이 좋죠. 그리고 7번 팀을 옮겼지만 어쨌든 저는 대부분의 경기에 출전했으니까 모든 팀에 애착이 가요. 선수들에게는 내가 잘하면 좋은 팀이고 못하면 나쁜 팀이 되는거죠. 삼성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섭섭한 감정 따위는 없어요.
Q> 가장 크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건 코리아텐더에서 뛰었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 코리아텐더에서는 수비보다는 공격에 치우친 플레이를 했어요. 그 팀에서는 국내 선수들 중에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선수가 별로 없었어요. 거의 B급 선수로 이루진 팀이었죠. 그래서 이 팀에서는 슛을 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의 농구스타일은 수비 다음 공격이지만, 그 당시는 공격 다음에 수비였어요. 그때는 앞만 보고 뛰었고 드리블 하면 거의 림까지 몰고들어갔어요. 지금은 볼을 밖으로 뺄 줄도 알고 그때보다 농구면에서는 늘었다고 볼 수 있죠.
→ 그러고 보니 저와 같이 뛰었던 가드가 모두 잘됐어요. 지난해 동부에서 박지현도 그렇고, SK 황성인, 신기성, 주희정, 정락영 등등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반면 이런 소문도 있더라구요. 황진원이 다른 팀으로 옮기고 나면 좋은 활약을 보이던 그 가드들이 모두 망가진다는 얘기도 있더라구요. 제가 7번이나 옮겼으니 7명의 가드를 망가뜨린 셈인가요? (하하) 제가 가드를 받쳐주면서 1번과 3번을 연결시켜주는 중간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서 그런 얘기가 나왔나봐요. 감사합니다.
Q> 지난 시즌 최강 동부가 챔프전에서 KGC에게 패배 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 동부는 주성이가 에이스인데 몇 년 동안 시즌이 끝나면 국가대표로 차출 돼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어요. (오)세근이와 힘 싸움에서 밀렸던 부분도 있지만 지난 시즌 내내 동부가 잘나갔기 때문에 주성이가 흔들렸을 때의 대비가 전혀 없었어요. 주성이가 그 동안 흔들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우승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너무 아쉬워요.
Q> 이제 삼성 얘기 좀 하자. 본인이 삼성에 합류해서 팀의 어떤 점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 트레이드 되면서 삼성은 가드진이 많은데 왜 내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어요. 감독님은 가드는 많은데 키가 작아서 가드라인에서 신장으로 인한 미스매치 상황이 발생하면 고전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따라서 상대 팀 라인업에 따라서 선수기용을 달리 하실 것 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아직은 제가 뭘해야 할지 감은 안잡혀요. 팀에 합류한지 얼마 안됐거든요.
Q> 김승현과 조화는?
→ 승현이가 빠른 농구를 좋아하니 그 스타일에 맞춰야죠. 저도 달리는 농구를 좋아하니까 서로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승현이가 우리팀 주전가드니까 승현이가 뛰라면 달려야죠. 될 수 있는대로 승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맞춰 주려고 해요.
Q> 팀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나?
→ 냉정하게 말해서 저는 기록적인 면으로만 봤을 때는 2억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팀이 2억 이상을 주는 이유는 뭘까 생각했어요. 물론 저도 공격 빈도가 많으면 골을 많이 넣겠죠. 하지만 저 말고도 팀에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많잖아요. 확률적으로 골을 확실하게 넣을 수 있는 팀의 에이스에 맞춰 줘야죠. 공격보다 수비에 주력하는 그런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지금까지 받은 상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상은?
→ 상을 받아 본 적이 별로 없어요. 예전에 기량발전상과 수비상, 수비 5걸상을 받았는데 수비 5걸상에 가장 애착이 가요. 지금까지 제가 연봉 2억 이상을 받으면서 이렇게 대접받는 게 수비적인 부분이 커버가 되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수비 5걸상을 받고 싶어요.(하지만 아쉽게도 수비 5걸상은 지난 시즌 폐지됐다)
Q> 과거에 문경은(현 SK감독) 킬러라는 말도 있었어요?
→ 그리 잘 막은건 아닌데 악착같이 붙긴 했어요. 수비수는 상대 매치업 상대가 잘하는 걸 못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경은이 형은 슛을 쏘기 위해 움직이는 선수이지 드라이브인을 하기 위해 움직이는 선수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드라이브인을 버리고 오직 슛만 막으려 했어요.
Q> 과거와 현재 막기 힘들었던 선수는?
→ 예전 선수들은 사이즈가 작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다 막기 힘들어요. 키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도 너무 좋아졌어요. 굳이 뽑으라면 과거에는 조성원 선수가 막기 힘들었어요. 성원이형은 슛도 있었고 드라이브인도 있었어요. 2번 같은 3번, 3번 같은 2번이었죠. 경은이 형은 거의 전문 슈터였고 성원이 형은 빠른데다가 드라이브인과 3점을 모두 갖춰서 막기 힘들었어요.
지금은 KT 조성민? 워낙 스크린 플레이를 잘해요. 1대 1로는 막겠는데 워낙 스크린 플레이를 통한 2대 2플레이를 잘해서 막기 힘들어요.
Q> 이동준과 이승준에 대한 평가는?
→ 형제라서 그런지 둘다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아요. 약점이라면 둘다 밖으로 빼주는 패스가 아직 서툴다는 거에요. 웨이트는 동준이가 더 낫고, 외곽은 승준이가 더 낫다고 봐요. 승현이가 예전에 동양에 있을 때 동준이와 뛰어봤으니까 잘 알꺼에요.
Q> 개인적인 목표는?
→ 개인 목표는 관심이 없어요. 개인 기록에 욕심내면 제 밸런스가 깨져요. 굳이 욕심내면 수비 5걸상은 다시 타고 싶어요. 6강은 무조건 가야하고, 멤버상으로도 6강 못 올라갈 팀은 아니라고 봐요. 승현이 패스가 좋으니까 잘 달려주고 속공 참여 많이 해주고 빈자리 있으면 승현이가 알아서 줄꺼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승현이가 힘들어 할 때는 제가 뛰어 주고 아무튼 승현이가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뛰어 줄꺼에요.
황진원은 아직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인연이 없다. 세 차례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챔피언 반지를 낀적은 없다. 삼성은 이승준이 떠난 자리를 이동준이 대신할 예정이고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뛰지 못한 이정석도 돌아온다. 때문에 그는 이번 시즌 깜짝 놀랄 일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팀을 위해 살신성인하는 그의 자세에서 삼성썬더스의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