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예식장에서 서로 다른 조직의 조폭들끼리 만났다. 호남에 근거지를 둔 조폭에게 서울에 연고를 둔 조폭 이 한마디!
"니들 요즘 너무 설쳐"
호남 조폭이 받았쳤다.
"4조 맛도 모르는 놈들이!"
이 한마디에 서울 조폭 두 주먹 불끈! 예식장에 있던 조직원 소집하더니 호남 조폭을 집단 폭행했다.
얼마 뒤 호남 조폭들이 보복하겠다며 각종 '연장'을 챙겨 집단 상경하면서 이른바 '전쟁'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전쟁'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4조 맛'이라는 이 한마디의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4조맛!'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숫자 '4조'가 아니고 한글 '사조'로 알아들었던 기자는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먹는 김 이름 같기도 하고 참치 이름같기도 한 이 '사조'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알고보니 '4조'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줄여서 폭처법 제 4조를 뜻하는 말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조폭 때려잡는데 가장 유용하다는 우리 나라에만 있는 특별한 법. 폭처법 4조. 폭력을 통한 이권을 목적으로 범죄 단체를 구성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할 수 있도록한 법이다. 수괴는 사형까지 가능하고, 간부는 무기 징역, 조직원도 2년 이상 실형에 처할 수 있는 법이다.
바로 이 법. 4조! 이 4조에 걸려 검찰이나 경찰에서 한 번 쯤 처벌을 받은 조직이라야 비로소'족보'있는 조직이 되는 거다. 앞서 얘기한 두 조폭의 차이는 폭처법 4조로 처벌 받은 적이 있는 조직과 없는 조직이라는 거다. 학창시절 학생부에 많이 들락날락 해야 '잘 나가는' 일진 취급 받던 것과 같은 이치인데 나이 먹을만큼 먹은 조폭 선수들끼리 아직도 이런 걸로 치고받고 싸우시는 거다.
'족보'있는 조폭의 망신 사례는 이 외에도 수 없이 많다.
남대문경찰서 경력계 한 형사가 휴일근무를 할 때 얘기다. 당직 근무를 하는데 폭력팀에서 연락이 왔다.
서울역 노숙자들과 KTX에서 내린 승객이 싸움을 벌였다는 내용이었다. 일반적으로 '잔잔한' 폭력 사건에는 강력팀이 나서지 않기 때문에 폭력팀의 연락이 의외였지만 이 형사는 일단 바로 달려갔다.
양복 여기저기 찢겨나가고 얼굴이 시뻘개진 건장한 두 남자와 노숙자 10여명이 앉아있었다. 서울역에 내리면 담배를 달라거나 돈을 달라는 노숙자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두 남자에게도 노숙자들이 구걸을 한 거다.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고 서울역에 내려 담배 한 대 폼나게 피고 있는데 노숙자들이 귀찮게하니 이 두 남자는 당장 욕부터 내뱉었다. 이내 주변 노숙자들이 몰려들었고 바로 큰 싸움으로 번졌다.
숫자가 압도적인 노숙자들의 완승!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일단 모두 연행됐다. 이름과 주민번호를 확인해 보니 이 건장한 두 남자는 경찰서 관리 명단에 있는 이름있는 조직. '족보'있는 조직의 구성원이었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부산의 그 유명한 조직! 간부급은 아니지만 '당당하게' 조직 명단에 있는 구성원이다.
조폭이 낀 싸움이니 강력팀 형사를 불렀던 건데, 경찰서에서는 단순 '쌍피'처리로 끝냈다. 이 두 명의 조폭은 조사 내내 자신들이 더 많이 때렸다고 우겼다고 한다. 조폭이 노숙자들한테 집단 구타를 당한 사실을 끝내 인정할 수 없었던 거다. '붕붕' 날아다니고 일반인들한테는 한 대도 안 맞을 것 같은 조폭은 역시 영화에만 있었다.
사실 최근에 영화 범죄와의 전쟁 보면서 하정우의 폼나는 조폭 연기에 속으로 '멋져멋져'를 연발했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거침없이 사는 남자들의 세계! 하지만 역시 영화는 영화일 뿐! 조폭의 현실은 강동서 강력팀 형사 '강철중'의 두 주먹과 말 한마디에 한껏 쪼그라드는 영화 '공공의 적'에 더 가깝다. 자기들끼리 족보 따지고 설치다가 망신당하는 그냥 덩치큰 아저씨들! 그러니 조폭에 대한 동경은 일단 접어주시길!
그리고 하나 더! 조폭 조직원들의 생계가 그렇게 어렵다고 한다. 수괴급 간부를 제외한 다른 조직원들은 카드값도 못 내서 부모님이 대신 내주기도 한다고 하니 힘쓰고 돈도 못 버는 3D 직종이라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