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이 민간인 불법 사찰 은폐 의혹에 대해서 '내가 몸통'이라고 말했습니다. 좀 흥분한 상태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서둘러 퇴장했는데, 이 과정에서 몸싸움도 벌어졌습니다.
한상우 기자입니다.
<기자>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달리 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일방적으로 읽어내려가다 갑자기 목청을 높이는가 하면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자료를 폐기하라고 지시한 부분은 자신이 몸통이라며 책임지겠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이영호/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 자료 삭제를 지시했습니다. 맞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지겠습니다.]
지난 2010년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수사 당시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 받은 일을, 굳이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자신이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고 자인한 겁니다.
이 전 비서관은 또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에게 2000만 원을 건넨 것은 사실이지만 선의였을 뿐, 입막음용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뒤늦게 자신이 모든 사건의 '몸통'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민간인 불법 사찰을 지시하거나 보고 받은 적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박영준 전 총리실 차장으로 지목되는 이른바 '영포라인' 연루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장 전 주무관이 청와대 인사들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받은 돈의 액수까지 밝힌 상황이어서 이 전 비서관의 주장이 오히려 청와대 측의 꼬리 자르기 의혹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