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국의 소중한 문화재라고 해서 가보면 대부분 개인 묘지와 뒤섞여 있는 곳이 많습니다. 때문에 문화재 터는 묘지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하는데요.
권영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신라시대에 창건된 원원사 절터입니다.
절은 사라졌지만, 고풍스러운 삼층석탑 두 개가 남았습니다.
그 석탑 사이에 둥근 묘가 들어서 있습니다.
얼핏 문화재인가 싶지만, 사실은 개인 묘입니다.
사적 46호인 이곳의 대웅전터와 석탑 사이, 절 한가운데를 사들여 누군가 묘자리를 쓴 겁니다.
[현오 스님/원원사지 인근 사찰 스님 : (관광객들이) 묘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데 어떻게 똑 부러지게 답변을 하기가 어려워요… 뭔가 (묘가) 걸림돌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남산.
신라왕조의 궁궐터로 알려진 창림사지에는 문화재 보호 울타리 안까지 묘가 있습니다.
석탑 주변 100미터 안에만 어림잡아 10여 개의 민간 묘가 있습니다.
[이재호/기행작가 : (경주 남산은) 신성시했던 산이죠. 신령스러운 산 그렇다 보니 거기 묻어도 참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죠. 그래서 지금도 밤에 몰래 묘 자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민간 묘는 경주 남산 국립공원에만 3000여 개.
경주지역 전체로는 정확한 숫자 조차 파악이 안 된 상태입니다.
경주뿐만이 아닙니다.
낙화암이 있는 충남 부여 부소산성에도 수십여 개의 묘가 있습니다.
문화재 보호구역 안에 있는 민간 묘를 강제 이장할 수 있는 법은 지난해에야 겨우 마련됐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해부터 1억 원을 들여 민간 묘지 정리사업에 들어갔지만, 실적은 아직 미미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