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추우면 나가서 뛰어라", 구두쇠 아버지는 왜?

왜곡된 가부장제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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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족들에게마저 너무 인색했던 한 아버지가 결국 법정에서 이혼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전해드렸습니다. 문제의 부부는 1978년에 결혼한, 그러니까 벌써 3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해온 상태였는데요. 부인 분도 최근 20년 가까이 돈을 벌어왔는데도 남편이 모든 경제권을 쥐고 꽤 인색하게 굴었고, 폭언과 폭력까지 휘두르다가 결국 파탄에 이른 겁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이겁니다. 아파트에 사는데 겨울에도 아버지는 난방을 제대로 안 틀었다고 합니다. 견디다 견디다 못한 딸이 결국 전기 주전자로 물을 데워서 발이라도 데워보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이걸 보고 "추우면 나가서 뛰어라"라면서 딸에게 화분을 휘둘렀다는 겁니다. 그 날이 2010년 12월 24일인데,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찾아봤더니 그날 서울의 온도가 무려 평균 영하 12.3도, 최저온도는 영하 15.1까지 내려갔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냉골에서 물을 끓여 발이라도 데우려다가 얻어맞기까지 한 그 딸, 몸뿐 아니라 마음은 또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 어머니, 이혼소송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시대 어머니들이 다 그렇듯, 본인도 돈을 벌어 왔는데도 모든 재산은 아버지 이름으로 돼 있었는데요. 아버지는 한 푼도 재산 분할을 못해 주겠다고 버텼지만, 법원은 재산의 45%인 3억 6천만 원과 위자료 3천만 원까지, 모두 3억 9천만 원을 현금으로 주고 이혼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아버지는 피해가 그냥 보이는 것보다 더 큽니다. 집을 빨리 팔아서 현금으로 물어주지 않으면 이자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조금 싼 값에 팔아야 할테고, 변호사 비용의 90%를 또 따로 물어줘야 하기 때문인데요. 그리고 무엇보다 큰 피해는, 30년 간 함께 살아온 가족을 모두 잃어버렸다는 점이겠죠.

이렇게 가족에게 인색하게 행동하다가 이혼 당한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작년에도 한 노부부가 이런 일로 이혼을 했는데요. 남편은 80살, 부인은 65살이었는데, 1997년에 재혼한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서울에 빌딩까지 자산이 14억 원이나 됐는데요. 친형과 장애 2급인 조카 수발까지 드는 부인에게 한 달 120만 원 정도 밖에 생활비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만 원 이상 물건을 사면 일일이 영수증을 확인했고, 부인 명의의 보험도 돈 내는게 아깝다며 깨라고 강요하기까지 했는데요.

정말 이 부인이 폭발한 건 자신이 쓰러지고 뇌수술을 받은 이후입니다. 남편이 싫어하고 생활비도 빠듯해서,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았던 딸의 도움을 받아서 보험료를 내오고 있었는데요. 보험사에서 뇌수술 보험금 2천 백 만원이 나오자 이 중에 천 만원을 이 딸에게 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그 돈을 다 자신에게 내놓으라고 강요했고, "안주려면 네가 좋아하는 딸 집에 가서 살라"고 폭언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이 부인도 역시 이혼소송을 냈습니다. 그리고 위자료와 재산분할금까지, 3억 3천만 원을 받고 이혼도장을 찍고 말았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이 두 사례 모두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돈 아끼는 것이야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적절한 절약은 미덕입니다. 법원도 단순히 이 두 남편이 돈을 심하게 아꼈다고 이혼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닙니다. 가족들을 인간적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 더 큰 이유가 됐습니다. 돈이 시작이었지만, 일방적이고 가부장적인 태도로 절약을 강요하고, 심지어 폭언에 폭력까지 휘둘렀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이 남편들은 정말 가족보다 돈이 귀해서 그랬던 걸까요? 직접 만나보지 않아서 말하긴 그렇지만, 그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못된 가족문화, 즉 가장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압적이고 일방적으로 전달해도 된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보니 나온 행동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유야 어찌됐든 결국 말 그대로 소탐대실한 것이죠. 이제 늘그막에 가족 없이 지내게 된 남편들, 이제는 후회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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