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밸런타인 데이, 초콜릿 많이 드셨나요?

'데이 마케팅'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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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1936년 일본의 한 영자신문 지면을 확대해 놓은 겁니다. "당신의 밸런타인을 위해 모로조프 초콜릿을 선물하자" 일본 최초의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광고였습니다.  1960년에는 모리나가 제과회사가 또 요미우리 신문에 광고를 실었습니다. 이번엔 '다른 선물과 함께 초콜릿을 주자'는 캠페인이었죠. 그래서 밑에 보면 시계 광고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 이 두 광고가 바로 '밸런타인데이=초콜릿'이라는 공식이 시작된 시초로 꼽힙니다. 다시 말하면 그때까지는 밸런타인데이 때 선물로 초콜릿을 주는 풍습이 없었다는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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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제과회사들이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 1970년대 후반부터 밸런타인데이 때 초콜릿 선물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는 사탕을 주고받는 화이트데이까지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초콜릿 주는 밸런타인데이, 사탕 주는 화이트데이는 모두 이 일본식입니다.

뭐 사실 일본식이라고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밸런타인데이'도 서양 것인데요 뭐. 오히려 초콜릿과 사탕만으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죠. 하지만 문제는 특히 2천년대 들면서 이런 '데이'들이 수없이 늘어났다는 겁니다. 그중엔 상술 때문에 생겨난 데이도 적지 않습니다. 한 번 보시죠.

1월 14일 다이어리데이 1년 쓸 다이어리를 선물하는 날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
4월 14일 블랙데이 밸런타인, 화이트데이를 그냥 넘긴 사람들끼리 짜장면 먹는 날
5월 14일 로즈데이 꽃 선물을 주고 받는 날
6월 14일 키스데이 연인끼리 키스하는 날
7월 14일 실버데이 은으로 된 액세서리를 주고 받는 날
8월 14일 그린/뮤직데이 삼림욕/클럽 가는 날
9월 14일 포토데이 사진을 찍어 나눠 갖는 날
10월 14일 와인/인형데이 와인을 함께 마시는 날/인형을 선물로 주는 날
11월 11일 빼빼로데이
14일 무비데이 영화보는 날
12월 14일 허그/머니데이 연인끼리 껴안는 날/한 턱 크게 쏘는 날

이밖에도 많습니다. 이름도 잘 짓는다 싶고 아이디어도 쏟아집니다. 진짜 이런 '데이'를 다 지키고 사는 건가 싶은데, 길거리 인터뷰를 해보니 10대, 20대 들은 실제로 상당히 많이 알고 있고 또 선물을 주고받는다더군요. 하지만 마냥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들 다 하는데 안 챙겨주면 눈치 보인다, 혹은 창피해서 챙겨주지만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들을 했는데요. 그것도 그럴 것이 선물 하나에 몇 만원 씩 하다보니까 경제적으로 만만치 않은 비용이 나가게 되는 것이죠. 한 회사가 직장인 3백명에게 물어봤더니 67.5%가 이 데이문화가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벤트들이 '꼭 해야하기 때문에 하는' 어떤 경조사처럼 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같이 이런 이벤트에 좀 둔감한 친구들은 고충이 좀 크겠구나 걱정 아닌 걱정이 들기도 하고요. 자신만의 애정을 꼭 어느 날을 정해서 전 국민과 다 함께 증명하는 것, 좀 젊은 세대에게는 안 맞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진짜 개성을 이런 데서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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