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의경의 순직 '조작된 미담' 의혹만 남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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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말 경기도 동두천시, 제대를 한 달 앞둔 의경이 순직했습니다. 시간당 500mm의 폭우가 내린 밤 9시 반쯤 조민수 수경은 물에 빠진 시민을 구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동료들은 그의 죽음을 의로운 순직으로 여겼고, 이명박 대통령도 그의 빈소를 찾았습니다. 조 수경의 안타까운 사연은 많은 보도를 통해 전 국민에게 알려졌고, 정부는 조 수경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훈장을 추서하고 흉상을 만들어 전시했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나 이 모든 게 '조작된 미담'이란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한 언론에 따르면, 고 조민수 수경은 시민을 구하려다 숨진 게 아닌데 경찰이 그의 죽음을 억지로 미화해 영웅담을 만들어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겁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저도 그 보도를 여러 번 되풀이해서 본 이후에야 어떤 내용인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의혹은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한 대원의 인터뷰에서 시작합니다. 사고 당일 조 수경이 숙소에 물에 차오르자 지휘관이 탈출하지 말고 숙소를 지키고 있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입니다. 탈출 지시를 제때 받지 못한 조 수경은 급류에 휩쓸렸고, 때마침 물에 고립된 시민이 떠내려가는 조 수경을 발견한 것 뿐이라는 겁니다. 조 수경의 죽음을 두고 경찰은 지휘 체계의 잘못을 덮기 위해 '기왕 죽은 거 시민을 구하려다 죽은 걸로 꾸미자'는 대책 회의를 했다는 내용까지 포함됐습니다.

조 수경이 시민을 구하려다 순직했다는 경찰 발표를 완전히 뒤집는 주장입니다. 경찰의 자존심은 물론이고 고인의 명예가 걸린 문제입니다. 경찰이 대규모 대책반을 꾸려 진상 조사에 나섰습니다. 사건 현장인 동두천 미군 부대 주변을 답사하고 사건 관련자 30여 명을 불러 조사하는 등 처음부터 다시, 원점에서부터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보도에 제기된 의혹에 따라 수사의 맥락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눠졌습니다. 조 수경의 사망 지점이 어디인지, 조 수경이 시민을 구하러 급류로 뛰어 들었는지, 마지막으로 경찰이 영웅담을 조작했는지.

오늘로 재수사가 시작된 지 일주일째입니다. 지금까지 경찰이 밝혀낸 결과는 이렇습니다.

조민수 수경은 그날 밤 숙소에 물이 차오르자 지휘관에게 이 사실을 무전으로 알렸습니다. 5분 뒤 지휘관이 숙소에 도착했고, 대원들은 숙소를 빠져나와 주변에 있던 1소대 버스에 귀중품을 옮겨 실었습니다. 이 때 고립된 시민들도 함께 대피했습니다. 이후 대원들은 버스에 남았지만, 조 수경은 상패교 방향으로 미군부대 담벼락을 따라 70여 미터를 걸어 내려왔습니다. 상패교 앞에는 3소대 버스가 주차돼 있었는데, 그 안에 있던 대원들이 조 수경을 목격한 겁니다.

제대를 한 달 앞둔 조 수경은 이 일대에서 2년 가까이 근무했기 때문에 길은 물론 지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때 대원들이 탄 버스와 조 수경 사이는 저지대인데다 물살이 센 급류가 형성돼 있었습니다. 대원들은 조 수경에게 '오지마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조 수경은 방향을 틀지 않고 물살이 센 급류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스티로폼을 가지고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급류에는 미군부대 철조망을 붙잡고 버티고 있던 시민, 강모 씨가 있었습니다. 조 수경은 휩쓸려 떠내려 갔고 한참 뒤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여기까지는 조 수경과 함께 있었던 현직 의경들의 진술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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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수경이 구하려 했던 시민 강 씨는 구조된 이후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철조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는데 '사람이 갑니다, 사람 갑니다'라는 말이 들려서, '누군가 날 구하러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1분도 안 돼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떠내려 오는 것을 보고 팔을 뻗어 잡으려 했지만 그대로 휩쓸려 갔다고 진술했습니다. 어두운 밤, 물이 차올라 머리만 간신히 보이는 상황에서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경황이 없어서 몰랐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이 일치하고 있고, 사고 직후 조사했던 내용과도 다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숙소에서 탈출 지시를 늦게 받아 급류에 빠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조 수경은 분명 숙소를 빠져나와 시민들을 돕고 있었고, 이후 상패교 방향으로 걸어나온 것도 모두 목격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 수경이 급류로 걸어 들어간 이유는 '오로지 조 수경만이 알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조 수경은 혼자였고, 강 씨는 급류에 위태롭게 있었습니다. 3소대 버스에 있던 대원들도 물에 빠져 간신히 철조망을 잡고 있던 강 씨를 목격하고 강 씨를 향해 여러 차례 밧줄을 던졌지만 여의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던 중 조 수경이 강 씨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 들어간 겁니다. 건너편에 있는 대원들의 만류에도 급류에 걸어 들어간 이유는. 결국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결론입니다.

이런 정황들을 경찰이 조작했는지에 대한 수사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책 회의'라 보도된 그 회의는 조 수경의 시신을 발견한 뒤 경찰 간부와 유족들이 모여서 조 수경의 순직에 대해 설명하는 자려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 부분도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결국 순직한 고인의 유족들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의혹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것은 문제제기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그 당시에 하지 않은 건지, 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조 수경이 강 씨를 구하려 하지 않았더라도 '순직'한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국립현충원에 안장돼야 하는 것도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뒤늦게 모든 게 거짓이었다는 한 대원의 진술은, 제대를 한 달 앞두고 순직한 조 수경의 죽음이 헛된 것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무엇보다 젊은 나이에 떠난 아들을 두고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유족들의 상처는 어떻게 해도 회복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수사는 아주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시간을 더 쓸 겁니다. 경찰 수사를 재촉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쁜 놈'을 빨리 잡아 들여야 하는 수사가 아닙니다. 6개월 전 상황을 다시 하는 수사인 만큼,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을 정확하게 규명해 내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순간, 스물 한 살 조민수 수경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그의 마지막 모습은 어땠을까요...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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