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검사 수사사건 접수 거부 방침을 세운 가운데 검찰이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지침을 일선에 전달,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5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이 검사 수사사건 접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대검찰청이 경찰을 자극하거나 부딪치지 말라는 입장을 일선에 전달하면서 경찰에 사건 이첩을 자제하는 지방검찰청들이 늘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탄원이나 진정 등과 관련된 수사 지휘를 될 수 있으면 내려 보내지 않을 방침"이라며 "북부지검은 탄원이나 진정이 많은 곳도 아니고 경찰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도 없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북부지검 관할인 도봉과 노원, 강북, 중랑경찰서 관계자들은 경찰청 지침에 따라 검찰의 내사·진정 사건이 내려오면 접수하지 않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검찰이 관련 사건을 이첩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부산과 경기, 대구 지역 역시 검찰이 내사·진정 사건을 내려 보내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소재 경찰서 한 형사과장은 "검찰 진정 사건은 수 자체가 많은 만큼 경찰의 거부사례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다만 검찰이 진정 사건에 대해 아예 지휘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경찰서 팀장급 간부는 "검사의 내사·진정 사건을 접수 거부했는데 관할 지검에서 이후 특별한 반응이 없다"면서 "검찰도 자제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검은 조만간 수사권 조정 내용이 담긴 개정 형사소송법을 반영해 손질한 검찰사건사무규칙 등을 내놓을 방침이다.
여기에는 수사 실무 과정에서 경찰과의 업무 협조 원활히 하기 위한 지침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사협의회 등 협의 창구를 마련해 경찰과의 타협점을 찾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 역시 검사 지휘 거부 등 상황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등 자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만 서울남부지검에서는 이미 정식으로 수사가 시작된 사안에 대해 서류 미비를 이유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기각하는 해프닝이 있었고, 인천 남부경찰서에서는 피의자를 유치장으로 데려가라는 검찰 측 지시에 경찰이 공문(인치지휘서)을 보내라며 거부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일선에서 충돌 상황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사·진정 사건에 대한 수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결국 민원인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갈등이 조직 간 힘겨루기 양상을 띠고 있어 국민이 꼭 필요한 진정 등을 냈을 때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미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은 "검·경이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된다"며 "대통령령이 이미 통과됐고 조현오 청장도 형소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말한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서 두 기관 간 갈등을 풀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