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토크] 카메라기자가 하는 일이 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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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참가자들에게 밀려 넘어지는 카메라 기자. 그 첫 장면의 주인공은 접니다. 카메라 기자는 취재에 응하지 않더라도 현장에 가야 합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신문의 아카이브는 신문 지면과 기사 그 자체이지만 방송의 아카이브(나중에 쓸 수 있게 구조적으로 정리해 놓은 자료)는 카메라 기자가 촬영한 원본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 카메라 기자의 업무가 역사의 기록이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첫 장면처럼 취재가 거부되는 일도 많이 생깁니다.a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카메라 기자는 현장에 가야 합니다. 멀리서 바라보고 기사만 쓰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기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위현장에서 참가자들이 올바른 보도를 촉구하며 언론사들을 압박할 때에도 몸으로 느끼는 일선은 바로 카메라 기자입니다. 말 그대로 ‘기록하는 자’들이 기자인데요, 아무거나 기록한다고 기자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겁니다. 어떤 것을 기록해야 할지,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기록한 것을 어떻게 보도해야 할지 고민하는 데에는 올바른 시대정신과 인격이 필요합니다. 시키는 대로 촬영해 오는 사람은 카메라 기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거부당해도, 다치는 일이 생겨도, 기록해야 하는 역사의 한 장면이라면 ‘그 곳’에 있어야 하는 것이 카메라 기자의 숙명입니다.

올바른 시대정신과 인격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한가요? 만일 너무나 어려운 현실을 알리기 위해 시위 혹은 집회를 하는 분들을 취재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뒤쪽에서 음주를 하거나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분들 위주로 촬영해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을 때 그 의도는 분명합니다. 악의적으로 시위 혹은 집회의 모습을 안 좋은 방향으로 보도하려는 의도가 있을지 모릅니다.

카메라 기자는 현장에 대해 판단을 합니다. 실제로 이런 지시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없겠지만 있다 하더라도 응하지 않을 겁니다. 현장에서 보고 들은 대로 그 분들이 주장하는 현실의 문제점을 담으려고 애쓸 겁니다. 시킨다고 찍는 사람을 기자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시대정신과 올바른 인격을 무기로 사실에 가까운 모습을 선택합니다. 사실과 동떨어진 엉망인 모습을 의도적으로 담지 않습니다.

비리 인사나 사고 현장을 취재할 때에도 현장에 접근하려는 카메라 기자들과 관계자들의 실랑이가 생깁니다. 카메라 기자의 취재가 달갑지 않은 경우입니다.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에 축소 은폐하려는 관계자들과 수없이 몸싸움을 하게 되죠.

학교폭력이나 따돌림으로 인한 자살 사건이 생겼을 때 해야 하는 취재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학교는 의외로 닫힌 공간입니다. 학교 폭력으로 피해자가 생기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는 상황까지 가도 기자가 접근하기 힘든 곳입니다. 하지만 허락을 기다려 취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의 옆에 서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기자들은 밀고 들어가야 할 때도 생깁니다. 학교의 명예는 숨긴다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공사현장의 사고는 감춘다고 책임이 회피되는 것도 아닐 텐데 안타까운 ‘몸싸움’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카메라 기자가 사건사고와 시위집회 취재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포츠를 영상취재하는 사람도 카메라 기자들입니다. 스포츠 스타들을 취재할 때는 굉장히 많은 취재진들과 팬들 사이에서 같이 땀을 흘립니다. 또 국회와 청와대, 정부청사에서 취재하는 일도 생깁니다. 정치 행사를 따라 다니며 촬영한다고 다 기자는 아닙니다. 그들 옆에서 온 국민의 눈을 대신하는 ‘눈’이 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외교현장에도 카메라 기자들이 갑니다. 이런 현장이 숨겨져 있을 때 어떤 불합리한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정치인들이 폭력과 파행을 일삼을 때, 촬영 못하게 막는 인원들을 뚫고 들어가 영상을 기록합니다. 그 장면의 역사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기록을 못하게 막는다고 하지 않는다면 시대의 양심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회장이 검찰에 소환된다고 일반인들보다 우대해 주지 않습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사람이 유명한 스타라고 그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공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수행원들과 몸싸움을 하는 것이 카메라 기자입니다.

해외에서 큰 재해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 취재를 나가기도 합니다. 가장 위험한 업무 중의 하나입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 있기도 하고 언제 지진이 또 일어날지 모르는 곳에 머물며 피난민을 만나야 합니다. 현장에 가지 않으면 기록할 수 없는 것이 영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현장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보도된 태풍과 폭우, 폭설 등은 비바람 몰아치는 ‘그 곳’에 카메라 기자가 가서 기록한 역사의 한 장면입니다.

가끔 안젤리나 졸리 같은 해외 유명스타가 방한했을 때 취재를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타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취재현장입니다. 공연과 미술 같은 문화 분야를 취재하러 나가는 것도 중요한 임무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카메라기자에게 진리나 다름없는데요, 문화 분야를 취재할 때는 기자의 식견만큼 영상으로 기록됩니다. 그래서 문화담당 카메라기자는 매일매일 공부하는 것이 일상이죠. 발레의 어떤 장면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야 담을 수 있고, 어떤 미술작품이 뉴스에 반영해야 할 작품인지 알아야 영상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카메라 기자는 촬영만 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뉴스편집을 같이 합니다. SBS 뉴스 사이트에는 ‘기자스페셜’ 코너가 있어서 카메라기자들이 취재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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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해야 하는 대상이 물 속에, 동굴 속에, 또는 하늘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취재하는지 궁금하신가요? 간단합니다. 그냥 그곳에 갑니다. 카메라 기자는 ‘그 현장’에 가야 하는 숙명이 있기 때문에 물속에, 동굴 속에, 하늘 위에 직접 간답니다. 수중취재팀은 물속이 오염되어 있다고 고발한다면 그 곳에 들어가고, 금강산의 생태계를 취재한다면 그곳에도 들어갑니다. 위험하지만 헬기 문을 열고 몸을 내밀어 영상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합니다. 역사의 한 장면을 기록하는 일에 위험을 무릎 쓰는 것이 카메라 기자입니다.

가장 어렵고 힘든 분들과 함께하고, 대통령을 취재하기도 하고, 산에 올라가거나 물 속에 들어가거나, 비행중인 헬기문을 열고 걸터앉는 일도 있습니다. 취재를 거부하는 곳이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알려야 하는 일이라면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군인도 아닌데 전쟁터에 파견되기도 하고, 방사능 오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원전사고 현장으로 향해야 합니다. 언제 또 지진이 날지 모르는 곳에서 밤잠 설치며 취재합니다.

카메라 기자는 모든 곳에 가지만 아무데나 가지는 않습니다. 위험을 알고도 향해야 하는 발걸음은 무겁습니다. 하지만 ‘그 곳’ 가지 않으면 알려지지 않을 진실이 카메라 기자를 이끕니다. 카메라 기자는 들은 얘기를 글로 쓰는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 가야 하는 사람입니다. 가장 어려운 사람 옆에 있어야 하고, 모두를 대신해서 ‘눈’이 되어야 합니다. 소속된 언론사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길잡이의 ‘눈’ 되기도 합니다. 내가 바라본 ‘그 곳’이 영상으로 남고, 그 영상 내에서만 보도되기 때문입니다.

쉽지 않지만 매력적인 일입니다.

저는 카메라기자, 영상취재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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