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중고폰 한번 써보세요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중고폰이 다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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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한 해 판매되는 휴대전화는 적게는 2천만 대, 많게는 2천5백만 대 정도라고 합니다. 가히 통신대국 답습니다. 우리 인구가 5천만 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은 매년 새 휴대전화를 구입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새 단말기를 구입한 뒤 그동안 쓰던 단말기는 어떻게 할까요? 대부분은 그냥 버린다고 합니다. 지난 해 버려진 휴대 전화기만도 무려 1천8백만 대를 넘겼습니다. 서울과 부산 인구수를 합한 것 보다 많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교체주기는 26.9개월. 그러니까 2년 약정 기간이 끝나면 대부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우리 바로 옆 나라인 일본은 46.3개월, 인도는 93.6개월 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교체 주기가 짧은 것은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이란 말이 많습니다.

10년 전만해도 휴대전화는 졸업과 입학 시즌에 가장 많이 팔렸습니다. 부모로부터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순위였던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이런 의미도 퇴색했습니다. 그냥 생활 필수품일 뿐입니다. 대형 마켓에서 우유를 구입하는 것과 다를 게 없을 정도로 휴대전화 구입은 매우 간편해졌습니다. 휴대전화 매장이 과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늘어나면서 누구나 손쉽게 새 제품을 구입하고 또 구형폰을 손쉽게 버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교체 주기가 짧아졌다는 분석입니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대중화라는 말이 나오더니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이 대세입니다. 그동안 사용했던 2G와 3G 단말기는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LTE 4G폰까지 등장하면서 단말기 가격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많게는 40만 원 정도나 비싸졌습니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오르는 가격, 하지만 서민들 호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지난 해 하반기부터 통신 과소비를 자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고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한 것입니다. 중고 단말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한 매장의 사례를 보면, 중고폰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 최근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SK텔레콤이 직접 고객의 중고 단말기를 매입해 전문감정사에 의한 품질 평가를 마친 뒤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T에코폰이 그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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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기는 온라인 상에서도 확인됩니다. 한 중고 휴대전화 사이트에서는 지난 달 단말기 거래 건수가 1천5백여 건으로 전달 보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렇게 인식이 바뀌고 구매가 늘어나면서 전문매장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통신사뿐만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폰 매장도 많이 늘었습니다.

중고 휴대전화는 저렴한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요금까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입니다. 특히 올해부터 시작될 예정인 ‘블랙리스트제도’를 활용하면 적지 않은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중고나 저가 스마트폰을 별도로 구입한 뒤 이동통신사에 2년 약정으로 가입할 경우 보조금 대신 요금을 할인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말기 요금 대신 사용 요금을 할인해 주는 것이지요. 이 제도가 시행되면 단말기 사용 기간도 당연히 늘어나겠지요.

이젠 휴대전화 단말기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무조건 최신 단말기가 아니라 자신의 통화 습관에 맞는 단말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많아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는 기능의 휴대전화는 오히려 ‘애물단지’일 수 있습니다. ‘중고폰=고물, 한물간 폰’이라는 인식 대신 ‘중고폰=알뜰폰, 친환경폰’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 편리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돈은 충분히 아낄 수 있습니다.

물론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협조도 필요하지요. 소비자들이 중고폰을 쉽게 사용하고 또 문제가 생겼을 때 간편하게 수리하려면 관련 부품이 꾸준히 제공돼야 할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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