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여검사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 1일 출범한 특임검사팀이 28일만에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임검사팀은 검사 5명과 수사관 10여 명 등이 투입돼 매일 밤 늦게까지 법조비리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를 했다고 자부했는데요. 그동안 70여 명을 100여 차례 소환조사하고 12차례에 걸쳐 56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271개 계좌 추적과 27개 전화번호의 통화내역을 조회했습니다. 또 모바일기기와 컴퓨터 분석을 34건 실시하고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최모 변호사의 사건 수임 내역과 진정인 이모 씨 등의 사건 기록도 정밀 분석했습니다. 소환조사에는 의혹 대상이었던 검사장급 2명과 부산지법 모 부장판사도 포함되는 등 나름의 의지를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당초 특임검사팀의 존재이유였던 사건 청탁 관련 법조비리를 얼마나 파헤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우선 최소한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모 전 검사와 최 모 변호사, 진정인 이모씨 등 3명은 구속이 불가피할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 그 다음 단계로 최 변호사가 사건관련 청탁을 했다고 의심을 샀던 검사장급 인사 2명과 전,현직 부장판사 2명, 최 변호사 수임관련 수사검사 등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나올지가 핵심이었는데요. 결론적으로 용두사미형 수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특임검사팀이 28일 동안 밝혀낸 사건 청탁관련 비리는 2가지입니다. 첫째는 이모 전 검사가 사건청탁 명목으로 최 변호사로부터 벤츠승용차와 샤넬 가방등 5천6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본인은 부인합니다) 둘째로 부산지법 모 부장판사가 최변호사로 부터 6차례에 걸쳐 60만원 상당의 식사 대접을 받고 고급 와인 7병 110만원 상당을 선물받는 등 모두 170만원 상당의 접대와 선물을 받았다는 겁니다. 특임검사팀은 이런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이 전 검사는 알선수재혐의로, 최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각각 구속 기소했습니다. 접대와 선물을 받은 부장판사는 대법원에 징계 통보되어 조만간 중징계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부장판사의 경우 구속 기소되지 않은 것은 현금을 받지 않았고 친분 관계에서 몇 차례 식사와 와인을 제공받아 기소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는 게 특임팀의 설명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부장판사의 경우는 사건 청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더불어 이 사건 진정인인 이씨도 구속 기소됐습니다. 통상적으로 사건 진정인의 경우 정상을 참작해 구속하지 않지만 이씨의 경우 증거를 조작하고 수사 과정에서도 절도 등 범죄 행각을 저지른데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공무를 방해해 구속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특임검사팀의 수사는 여기까지 였습니다. 당초 언론에서 예상한 범위를 거의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부장판사 비위 혐의를 제외하고는. 사건 청탁을 대가로 한 뇌물 거래 등 구조적인 법조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대부분 사실 무근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임검사팀은 최 변호사와 대학 동기인 검사장급 인사 2명의 사건 및 인사 청탁 의혹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최 변호사가 전화로 청탁을 시도 했으나 거절 당했고 통화 내역 등을 살펴 볼 때 청탁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모 검사장의 사생활 관련 의혹과 70만원 상당의 골프채 전달 의혹, 또다른 검사장에게 명품 지갑과 현금 백만원 전달 의혹도 모두 사실 무근으로 판명됐다고 밝혔습니다. 최 변호사 청탁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담당 검사들도 검사장으로 부터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을 받은 적이 없으며 사건은 공명정대하게 처리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마디로 이 전 검사를 빼고는 의혹이 제기됐던 다른 검사들은 아무런 혐의가 없었다는 겁니다.
특임검사팀의 수사 결론은 한마디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던 최 변호사가 고위 인사의 내연녀인 것처럼 행세해 온 진정인 이씨를 사로잡기 위해 검사장과의 친분관계를 내세우며 사건 해결 능력이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절도 혐의 등으로 재구속 우려가 있던 진정인이 이런 최씨의 거짓말을 확대 해석한 것이 상호 작용하여 사건 청탁 로비 의혹으로 비화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투 맨쇼' 라는거죠.
이 사건은 최 변호사와 사적인 친분관계에 있던 진정인 이씨가 지난 7월 두 사람 사이가 나빠지면서 서로 감금 치상 혐의와 사기혐의로 맞고소 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씨가 최 변호사 지인인 검사장 2명과 부산지법 부장판사에게 탄원서를 보냈고 이 가운데 검사장 한 명이 대검 감찰본부에 이를 알리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씨의 진정 내용은 상당 부분이 거짓으로 판명되고 일부 증거까지 조작되기도 했지만 일부는 사실로 확인되면서 이씨의 주장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법조비리 의혹으로 확산된 겁니다. 특임검사팀은 이 때문에 이 씨의 진정 내용과 언론의 보도내용을 근거로 진실게임 수사를 벌여야 했습니다. 공익 제보자로 포장한 이씨의 다양한 범죄 혐의를 밝혀 내기는 했지만 결국 이번 사건을 단순히 최 변호사와 진정인과의 특수한 사적 관계에서 비롯된 의혹 부풀리기 사건으로 단정지은 것은 지나치게 짜맞추기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특임검사팀은 언론 보도와 이씨의 진정 내용에 대한 의혹 해소 차원의 사실 확인 수사에 치중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의 관심사였던 사건 청탁을 둘러싼 법조 비리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였는지는 의문입니다. 주어진 문제 제기에 대한 의문 해소라는 어쩌면 이미 면죄부를 주기 위한 짜맞추기 수사의 틀 안에서의 수사였다는 지적이었고 그래서 처음부터 결론은 이미 나 있었던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겁니다. 최변호사가 단순히 진정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지인인 검사장을 '팔았다'는 결론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 지 또 부장판사에게 아는 안면에 술과 와인을 단순 접대했다는 결론이 실체적인 진실에 얼마나 가까운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특임검사 5명과 수사관 10명이 투입된 특임수사, 그 결론은 '검사는 깨끗했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