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외국 구권 화폐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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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사용이 불가능한 브라질 구권 화폐로 사기를 당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미 서울 강남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있던 상황. 사기 행각에 사용한 지폐, 4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찍힌 CCTV 영상도 있다는 말에 성동구에 있는 현장으로 급히 가봤습니다.

직접 만나본 피해자는 황당해 했습니다. 손님이 많은 오후 6시쯤 찾아와 의심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당했다는 것입니다. 수입 의류를 취급하다보니 외국인도 매장을 많이 찾아 달러나 유로화, 엔화 등을 많이 봐서 외국 돈이 익숙했던 데다 이 남자가 내민 브라질 돈이 진짜 같아 크게 의심을 안 했다고 합니다.

파일럿 복장을 한 이 남성의 말도 그럴듯 했습니다. 외국에 다녀와 현금과 카드가 없다고 말하며 직전에 브라질에 다녀와 브라질 현금이 있으니 그 돈으로 계산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답니다. 그렇게 말한 뒤 1000단위 지폐를 3장 내밀었습니다. 낯선 돈에 머뭇거리는 직원에게 인터넷으로 환율까지 확인해보라고 말하며 다시 오기 어렵다고 은근히 협박(?)까지 했다고 합니다.

확인해보니 환율은 브라질 1레알에 620원 정도. 따져보면 180만 원이 넘었습니다. 만 단위 거스름돈은 받지도 않고 직원이 잡아준 택시까지 타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사기 행각에 사용된 돈은 1992년부터 1994년까지 브라질에서 실제 사용된 지폐. 하지만 화폐 개혁으로 이미 돈의 가치는 사라진 뒤였습니다. 혹시나 해서 화폐 수집상을 찾아가봤지만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수집 목적으로 가치가 있으려면 우선 보관 상태가 좋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은행에서 바로 발행된 것처럼 깨끗한 돈이 소장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외국 여행이 자유롭지 못했죠? 희소성 때문에 외국 돈에 대한 가치가 있었지만 요즘은 누구나 어디든 갈 수 있는데 무슨 소장 가치가 있겠느냐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오히려 보관 잘 된 예전 우리 화폐가 더 가치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발생 사건 보도가 나간 뒤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치려다가 미수에 그친 경우도 많았습니다. 뉴스를 보고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안 사람도 있었습니다. 직접 만나보니 대부분 자신의 무지를 탓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상대적으로 피해 금액이 적었기 때문에 액땜했다는 생각으로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를 안 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외국 화폐 전문가를 찾아갔습니다. 생각보다 외국 화폐를 이용한 사기 사건이 많았습니다. 한 해에 공식적으로 수사기관에서 화폐 감식 전문팀에서 감식을 의뢰한 건수만 평균 20여 차례나 됐습니다. 취재를 하다보니 단순히 브라질 구권만 사기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화폐 개혁을 단행한 국가들의 구권이 공공연하게 사기 행각에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 페루, 아르헨티나 등 우리가 몰랐지만 최근 화폐개혁을 단행한 국가들이 많았습니다.

외국 구권 사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기사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경찰에서 용의자를 잡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 남성은 43살 남 모씨. 남씨는 피해자 15명에게 약 2천5백만 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알고 보니 브라질 구권 화폐는 필리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외국 돈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달러나 엔화, 유로화 등은 볼 수 있지만 다른 국가의 지폐는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모르다 보니 불쑥 내밀었을 때 당황하게 됩니다.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지만 물건을 판매하는 입장이라면 손님 앞에서 그렇게 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실제 지폐기 때문에 위조 지폐라고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단지 환율만 정확하게 따져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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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있는 화폐들은 모두 화폐개혁으로 휴지 조각이 된 돈들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화폐 액면가가 지나치게 높으면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외국 돈을 받을 때는 반드시 통용 여부를 가까운 은행에 확인해보는 습관도 필요합니다.

이 밖에도 기념 화폐를 이용한 사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사기꾼은 잡혔지만 언제든 이런 사기범이 활개를 칠지 모르니 반드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p.s 예전 돈이 무조건 휴지 조각은 아닙니다. 몇년 전 우리나라도 지폐 도안을 바꾸었죠? 디자인만 바뀐 경우는 화폐 가치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현재와 다른 디자인을 가진 예전 1달러 지폐도 은행에 가면 1달러로 바꿔줍니다. 물론 옥션에 올리면 희소성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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