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벤츠 여검사'의 진실

- 임기추상(臨己秋霜) 대인춘풍(對人春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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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해 '그랜저 검사' 사건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든 이른바 '벤츠 검사' 사건의 핵심 인물인 부장판사 출신 최모 변호사(49). 지난 18일 검찰에 사표를 낸 전직 여검사 이모씨(35)와 이번 사건을 검찰과 경찰에 진정하고 언론사에 제보한 또 다른 여성 이모씨(40)가 최 변호사와 사적으로 부적절한 관계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습니다.

최 변호사가 이들 외에도 두 명의 여의사, 자신의 친구 부인과도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정황까지 드러났다고 하니 이번 사건이 막장 드라마의 소재로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특히 제보자 이 씨가 사이가 틀어진 최 변호사의 휴대전화, 이메일 등을 확보해 이를 검찰과 언론에 넘기면서 이번 사태가 불거진 것을 보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남녀 간의 치정 문제를 빼놓고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최 변호사의 여자들'이 아닌 '벤츠 검사'로 불리는 이유는 다름 아닌 법조인인 검사와 변호사의 은밀한 뒷거래 의혹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 변호사는 휴대전화 메시지로 자신이 직접 고소한 사건의 해결을 부탁했고, 이 검사는 "동료 검사에게 말했다"며 당당하게(?) 명품 핸드백 값 540만원을 요구하면서 계좌번호까지 보낸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물론 최 변호사만 부탁한 게 아니었습니다. 이 검사도 자신의 인사문제를 최 변호사에게 의논하자, 최 변호사는 이 검사를 위해 대학, 연수원 동기라 친분이 있는 검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놓고 인사 청탁을 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근거로 상식적으로 판단해보면, 만약 이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사건의 당사자 변호인이 최 변호사라면 과연 이 검사는 사건처리를 어떻게 할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외부에 공개되기 전까지 이들의 관계가 당사자인 두 사람 외에는 쉽게 알 수 없는 은밀한 관계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합니다. 저나 여러분이 이 검사 사건에서 최 변호사의 상대방 당사자였다면 어땠을까요? 정말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특임검사가 과거 이 검사의 사건들 가운데 최 변호사가 관여한 사건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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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에는 지방 법조계의 고질적인 문제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최 변호사가 자신이 근무했던 법원의 현직 부장판사에게 상품권과 고가의 와인을 전달했고, 이 부장판사는 "매번 뭘 이렇게 챙겨주시느냐"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온 겁니다. 고가의 선물 전달이 한두 번이 아니고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정황인 셈입니다.

최 변호사도 변호사로 개업하기 전까지 부산, 경남지역에서만 10여 년간 근무한 대표적인 지역법관인 향판이었습니다. 자신이 현직 판사 시절 당연하게 누려온 관행을 변호사가 된 뒤에는 역할만 바꿔서 그대로 한 것은 아닐까요? 향판은 지역사회를 이해하는 판결을 내린다는 장점도 있지만 향판 출신 변호사와 현직 향판의 끈끈한 유착 의혹은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해당 부장판사가 받은 상품권과 와인의 액수가 크지 않고 대가성 입증이 힘들어 형사 처분은 어렵다는 식으로 먼저 선을 긋지 말고 실제 두 사람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야 합니다.

지난해 그랜저 검사 사건처럼 이번에도 어김없이 제식구 감싸기, 사건 축소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대검 감찰본부는 이미 지난 7월 현직 여검사가 변호사로부터 벤츠를 받았다는 의혹이 포함된 진정서를 접수하고도 당시 이 검사의 주변 사람들로부터 벤츠를 타고 다니지 않는다는 증언만 듣는 형식적인 조사 결과와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사실만 확인한 채 진정 내용의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제대로 된 감찰 조사를 벌이지 않았습니다.

공직자인 검사가 업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변호사와, 그것도 각자 가정이 있으면서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은 단순히 개인 사생활로만 치부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당연히 감찰 대상이 되지 않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검사에 대한 감찰은커녕, 부산지검에서 이 검사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진정 사건이 진행 중이던 지난 18일 이 검사가 제출한 사표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수리했습니다. 수사나 감찰 과정에서 비위가 있거나, 있을 가능성이 상당한 공직자의 경우 당사자가 사표를 제출하더라도 수리하지 않고 징계절차를 모두 거치게 하는 비위공직자 의원면직 처리제한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는 비난에 자유롭지 못한 것입니다.

지난해 스폰서 검사와 그랜저 검사에 이어 벤츠 검사 의혹까지, 자신의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대다수 검사들은 비위에 연루된 일부 검사 때문에 검찰 전체가 매도되는 작금의 상황이 억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사권 문제를 놓고 경찰과 미묘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개인의 사생활 때문에 불거진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의 호된 질책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특임검사가 철저하게 수사를 하더라도 벤츠 승용차나 샤넬 핸드백, 아파트 전세금 등은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였기 때문에 주고받았으며 사건 처리 명목이 아니라 결국 형사 처분 대상이 안 된다는 법리적인 판단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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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회 정의와 비리 척결이라는 명분 아래 피의자는 물론이고 참고인 신분의 인사들에게까지 엄정하게 들이댔던 수사의 칼날을 비위 정황이 있는 내부 인사들에게도 공정하게 겨누어왔는지 검찰은 되돌아봐야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대학 시절 친했던 선배가 서울중앙지검 초임검사로 부임해 오랜만에 함께 술을 마시면서 들었던 말이 떠오릅니다.

"임기추상(臨己秋霜) 대인춘풍(對人春風). 선배 검사들이 첫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매섭게 하고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래.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술을 권할 때도 절대 자신이 마신 술보다 많은 양을 권하지 말라고 하더라구. 수사도 그렇게 해야 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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