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에 연락망까지…국회서 고급정보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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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국회에 제출된 각종 정부문서와 공직자 신상정보 자료들이 파쇄되지도 않은 채 국회 쓰레기장에 나뒹굴고 있습니다. 정보가 줄줄 새고 있는 겁니다.

현장 추적, 김요한 기자입니다.

<기자>

국회의원 299명의 사무실이 있는 국회의원회관.

이른 아침, 복도 곳곳에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전날 나온 종이 쓰레기를 모아놓은 겁니다.

쓰레기는 매일 아침, 회관 옆 집하장으로 옮겨집니다.

두세 시간 만에 버려진 문서들이 한가득 쌓였습니다.

[쓰레기장 관리인 : ((쓰레기가) 얼마나 나옵니까?) 하루에 뭐 2톤, 3톤? 월요일에 제일 많이 나와요. 한 1톤 정도 더 나온다고요.]

어떤 문서들이 나오는지, 사흘간 쓰레기장을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문서 일부를 가져와 내용물을 확인해 봤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국방부 장차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의 연락망.

[OO사령관 : (전화번호부를 쓰레기장에서 주웠는데요.) 네. 그런 소행을 한 사람이 누구지?]

얼마 전 청문회에 출석한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입니다.

본인과 가족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재산 내역이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류우익, 김금래 장관 후보자 본인과 가족들의 주민번호와 납세 기록 등도 그대로 버려져 있습니다.

주요 인사들이 이 정도니, 일반인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시민 2만8500명의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 번호, 주소가 담긴 서명부,

각종 이력서와 등초본, 공소장까지, 파쇄해 버렸어야 하는 문서투성이입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이유는 뭘까.

의원회관 안, 각 의원실에는 문서파쇄기가 비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소용량에 10년이 넘어 멈추기 일쑤입니다.

건물 전체를 통틀어 달랑 한 대 있는 대형 파쇄기도 쓰기 참 불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A 의원 보좌관 : 사용을 하려면 근무시간 중에 열쇠를 받아서 열고 사용하고 반납을 해야 되니까 사실 거기도 이용하기 현실적으로 많이 귀찮은 거죠.]

다음 주부터 정부의 각종 중요 문서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국정감사가 시작됩니다.

의원들이 부처를 상대로 기본을 강조하며 호통을 치는 국정감사 기간 내내, 정부의 중요 문서들이 이렇게 매일 아침 쓰레기로 나올 걸로 보입니다.

다루는 정보의 양과 수준을 감안할 때, 허술한 문서관리를 단속할 규정이나 시스템 마련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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