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꿈' 꺾는 푸대접…개발자 환경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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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이런 위기의 원인은 단순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고등학교 가보면 판·검사, 의사되고 싶다는 학생들은 많아도, 컴퓨터 프로그래머 되겠다는 학생들 거의 없습니다. 한때는 전국의 수재들이 간다던 서울대학교와 KAIST의 전산 관련 학과가 이제는 정원조차 채우기 어렵게 됐습니다. 한번 보시죠.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정원 55명인데, 보시다시피 2006년 이후에 한 번도 정원을 채워본 적이 없습니다. 카이스트 전산학과도 마찬가지 입니다. 정원이 50명인데 역시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득을 한번 볼까요? 의사들의 평균 연소득이 7000만원이 넘는 걸로 지금 통계가 이렇게 나오고 있는데,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수입은 3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힘들게 공부해서 밥벌이조차 어려운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소프트웨어 강국을 꿈꿀 수 있겠습니까?

김수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구글의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오늘(19일)은 모두 아이들을 회사에 데려왔습니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부모들이 일하는 회사에서 점심도 먹고, 재미있는 영화도 봅니다.

구글은 이렇게 회사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합니다.

[전준희/구글코리아 수석 엔지니어 : 미국에서는 사실 엔지니어로서 죽을 때까지 일하는 거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에요. 자기가 원하면 그렇게 할 수 있고, 누가 그렇게 산다고 해서 이 사람이 인생의 실패자라 생각하지도 않고. 근데 한국에서는 5년이나 7년 이상 엔지니어로 산다는 거 자체가 일종의 수치예요.]

우리도 한때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인재들이 몰려들 때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국 수석들은 서울대 의예과보다는 컴퓨터, 전기전자 관련 학과로 몰렸습니다.

하지만 벤처붐이 거품으로 끝나고, 개발자들이 거리로 나앉는 경우가 속출했습니다.

기업들 입장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손쉬운 해고 대상자였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서울대조차 학과 정원을 채우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구상준/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4학년 :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던가, 왜 그 농담 삼아서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도 있는데, 편견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어렵게 전공을 했다 하더라도 끝까지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경우는 열에 한둘이 될까 말까입니다.

[이상민/법학전문대학원생, 컴퓨터공학 석사 : IT버블 이후로 그런 작은 회사들이 많이 사라지면서, 자기가 퇴직 이후에 갈 수 있는 곳이 많이 줄기도 했고. 그리고 그게 많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지 않으면 글로벌 IT 경쟁에서 영원히 뒤처질 거란 위기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신진수, 영상편집 :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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