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그동안 여러 고위 공직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봐 왔지만 이번 청문회에는 이례적인 모습이 많았습니다.
◆ "카게무샤(대역) 두고 청문회 연습"
첫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박지원 의원. 대뜸 '예00'라는 커뮤니케이션 회사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순간 검찰 수사 대상이거나 혹시 스폰서 의혹이 있는 회사인 줄 알았습니다. 한상대 후보자는 못 들어봤다고 답했습니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박 의원은 이어 청문회 준비를 위해 컨설팅 회사를 통해 연습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한상대 후보자는 리허설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알고보니 리허설을 해준 컨설팅 회사가 바로 '예00'라는 회사였습니다.
박지원 의원의 질문은 계속됐습니다.
"흔히 말하는 카게무샤(대역)를 두고 준비를 했는데 그것도 인정합니까?"
한상대 후보자는 '스텝들이 위원들의 질문을 대신 하는 방식으로 리허설을 했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대역을 둔 사실을 시인한 것입니다.
박 의원은 이어 "박영선 의원의 대역으로 예00 대표인 여성분이 했는데 기억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한 후보자는 답변을 못했습니다. 대신 "리허설 비용은 사비(私費)로 내기로 했다"고 답했습니다.
박 의원은 "청문회를 위해 컨설팅 회사와 연습을 한 것은 후보자가 최초"라고 꼬집었습니다.
◆ 대통령 친분설에 '울먹'
오후 질의.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의 질의 순서였습니다. 이 의원은 한상대 후보자를 옹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질의 막판에 한상대 후보자의 형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분설이 사실이냐고 물었습니다.
"30년 전에 미국으로 간 형님이 대통령과 그렇게 친한 사이였습니까?"
이 의원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습니다.
"참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명색이 검찰총장 후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신 분이 사실도 아닌 일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명예를 훼손당하고…"
한상대 후보자는 "형이 저한테 설명을 하면서 너무 미안하다고 그랬다"고 답했습니다. 목소리가 떨리더니 이내 울먹였습니다. 이 의원이 "진정 하시라"고 말한 뒤에야 일단락됐습니다.
◆질의 의원도 눈물
청문회 종반.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이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질의 태도를 문제삼았습니다.
"한 나라의 검찰총장이 되실 분한테 어떻게 '허접데기'라는 용어를 쓸 수 있느냐, 창피해서 앉아 있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영선 의원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검찰이 BBK 사건의 에리카 김을 기소유예 처분한 것을 지적했던 박 의원은 "에리카 김 사건과 관련해 저희 민주당에는 피눈물이 맺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카랑카랑하던 목소리가 흔들렸습니다. BBK 사건으로 본인과 동료 의원들이 겪은 일이 오버랩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어 "이 사건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사람도 있고 감옥을 간 사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끝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청문회장은 숙연해졌습니다.
청문회는 밤 11시를 넘겨서 끝이 났습니다. 어느 청문회보다 유난히 눈물이 많았던 청문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