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노숙자된 전쟁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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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씁쓸한 외신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가 제대한 미군들 가운데 노숙자로 전락한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미국 재향군인회가 조사한 결과 올해 5월 현재 이라크나 아프간 전쟁에 참전했다가 제대한 미군들 가운데 노숙자가 되거나, 노숙자 보호 시설에 수용된 사람이 모두 1만476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외신을 보니 지난 2006년 이후부터 자료가 나와있는데, 2006년과 비교하면 불과 5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노숙자가 된 1만476명 가운데 13%는 여군 출신이라고 하니,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 참전했다가 제대한 뒤, 노숙자가 된 사람들의 연도별 숫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연도 노숙자 수   2006년    1,297명   2007년 2,167명   2008년 3,495명   2009년 5,881명   2010년 9,750명   2011년 10,476명


위 표를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해마다 1천 명 정도 늘어나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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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군인 시절 사진을 들고있는 한 노숙자>

그런데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 참전했다가 노숙자가 된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상은 재향군인 출신 전체 노숙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재향군인 출신의 전체 노숙자 수는 2004년에 40여만 명으로 정점에 달했다가 최근엔 13만5천 명으로 크게 감소했는데, 이라크.아프간 전쟁에 참전한 노숙자 수는 되려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됐습니다. 첫 번째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로 제대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고, 두 번째는 제한된 숫자의 일부 군인들이 여러차례 전투 현장에 배치돼 참전한 게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원인과 관련해, 전쟁에 참전했다가 노숙자가 된 사람들의 70%가 현장 전투 경험이 있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다른 군인들보다 전투에 더 자주 참여하면서 위험에 노출됐던 사람들일수록 제대 이후 더 심각한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일상 생활을 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향군인 출신 전체 노숙자들 가운데서는 20-33% 정도가 참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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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ABC 방송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10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군 병사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후유증에 커지면서 2008년에는 병사들의 자살률이 민간인 자살률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자살한 병사의 80%는 전쟁터가 아니라 고국으로 돌아온 뒤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전장에 한 번 이상 투입된 병사의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술과 마약에 중독된 병사들의 숫자도 크게 늘고 있는데, 병사들이 전장에 투입되는 횟수가 늘고 귀국한 뒤에도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지난 1982년에 개봉됐던 실베스터 스탤런 주연의 그 유명한 영화, '람보'가 떠오릅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고독한 전쟁 영웅을 잘 묘사했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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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와 재향군인회는 재향군인 출신 노숙자 지원을 위해 4천62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서 아파트 렌트비와 무료 급식 쿠폰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미 전역에서 2천4백여 개 비영리 단체들이 재향군인 노숙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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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 참전했다가 노숙자가 되는 사람들의 숫자가 어떻게 변화할지 두고 봐야겠습니다만,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이 노숙자로 전락하고있는 미국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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