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원봉사 한다고 해서 자녀들을 보냈는데, 막걸리 따르는 일을 하고 왔다면 부모님들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어제(6일) 서울의 한 마라톤대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황당한 현장을 김도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입니다.
음식 코너엔 봉사활동을 하러 나온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몰려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학생들이 막걸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주최 측 관계자는 학생들이 술을 나눠주지 못한다며 화를 내기도 합니다.
[행사관계자 : 여기 있는 거 (막걸리) 다 나갈 때까지 따지마! 자꾸 다 나가잖아. 지금! 모자라면 있다가 큰일 난단 말이야.]
학생들은 그저 술을 따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한 잔 두 잔 자꾸 술에 손이 갑니다.
[학생 : 애들이 장난으로 마셨는데 어른들이 너희 마셔도 상관없다고… 너희 중학생이니까 마셔도 된다고 말하더라고요.]
취한 듯한 학생도 나옵니다.
[아니 얼굴이 빨개져서 그래 (저, 진짜 안 취했어요.) 여기 가만히 앉아 있어. 조금만 앉아 있으면 돼. 내가 다른 애들 부려 먹을 테니까 앉아 있어.]
봉사활동을 하러 나온 학생들이 왜 술을 따르고 있냐고 묻자 주최 측은 오히려 성을 냅니다.
[행사관계자 : SBS에서 그렇게 할 일이 없으세요? 이 더운 날? 따르게 시킨 게 아니라….]
취재 내용을 들려주자 슬그머니 말이 달라집니다.
[행사관계자 : 저 양반이 바쁘니까 '야, 좀 해봐' 이렇게 했는지 는 몰라도. 그게 주목적은 아니에요.]
8시간짜리 자원봉사 확인증과 기념품을 준다는 주최측의 말을 듣고 행사에 학생들을 보낸 학교 측도, 술만 따른다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당황합니다.
[학교관계자 : 공문에서처럼 학생들에게 맞게끔 경험이 될 수 있 게끔 한다고 하니까 믿고 보냈죠.]
자원봉사가 입시와 결부되면서 교육효과는 생각도 않고 학생들을 이용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