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토크] 미술품 경매 현장 들여다보기

경매를 통해 본 2011년 미술시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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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열린 미술품 경매 현장입니다.

[2011 서울옥션 119회 경매현장]

(직원) 응찰!

(경매사) 3천백.. 공개 최고입니다. 3천2백하셨습니다. 3천 3백만 하셨습니다.

현장 참여가 어려운 응찰자는 전화로 대신 주문합니다.

(경매사) 현장 경합입니다. 3천5백을 하시겠는지? 하셨습니다. 3천6백만...

이날 경매 최고가는 김환기 화백의 <대기와 음향>

(경매사) 9억천 안계십니까? 9억 원 현재 최고. 마무리할까요? 9억 원, 9억 원, 9억 원 낙찰입니다.

[김환기 '대기와 음향']

올해 주요 경매 현장에서의 평균 낙찰률은 74% 이상입니다. 전년도 동기 대비 5% 이상 상승한 결과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각 경매 현장에서는 대표작을 내세워 경매액을 높였습니다. 방금 소개한 서울 옥션의 김환기 <대기와 음향>도 소위 간판 경매출품작입니다.

오프라인 광고 영역

[르누와르 ‘기대 누운 분홍색 원피스 차림의 소녀’]

K옥션의 올해 첫 정기 경매에서는 19세기 인상주의 화가 르누와르의 <기대 누운 분홍색 원피스 차림의 소녀>가 대표 출품작으로 나와 15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근현대 화가의 작품은 꾸준한 거래로 가격 상승을 기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낙찰가가 높게 책정되는데요, 그에 비에 소외되었던 고미술품도 경매시장에서 새롭게 기지개를 켜는 모습니다.

[백자청화운룡문호 - 조선시대 황제를 상징하는 발가락 다섯 개가 그려져 ‘오족문용’이라 불림]

올해 처음 개최된 마이아트옥션은 고미술품을 간판 출품작으로 내놓았습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사용한 다섯발가락 가진 용문양 백자인데요, 18억 원에 낙찰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총낙찰액도 53억 5천여만 원에 낙찰률 78.5%를 기록했습니다.

[마이아트옥션 대표/ 공상구]

"경매가 활성화 되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귀중한 작품을 끌어낼 수 있고, 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2011년 미술품 경매들이 좋은 결과를 보이면서 올 한해 미술시장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와 미술품 양도세 관련 한파가 물러가고 다시 호황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미술품 경매시장이 점차 활기를 띄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건강한 미술품 시장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한국의 미술품 시장이 성장하는데 몇 가지 따라야 할 조건들을 꼽아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미술인구의 저변 문제입니다. 대중들이 가지는 미술에 대한 관심과 안목이 바로 미술시장의 밑바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밑바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금융권을 예로 들면 금방 이해가 됩니다. 국내 1, 2위 은행이 거액을 맡기는 손님을 상대하는 PB에 열을 올리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요, 일반 직장인들이 혜택을 많이 주는 곳으로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일이 많아졌는데 그 액수가 모여 엄청난 규모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소액통장도 모이면 큰 경제 흐름을 만든다는 사실을 간과한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미술품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비싼 작품은 아니더라도 자신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매하고 싶은 사람은 많이 있을 텐데요, 어떤 작품을 사야할지, 또 취미로 사야할지 아니면 투자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지 망설이게 됩니다. 경매시장을 통해 사고 파는 미술이 단순히 투자 목적은 아닙니다.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미술시장을 성장하게 하는 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국내 미술 애호가들이라는 밑바탕이 많이 부족합니다. ‘미술에 관한 이야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일반 대중들이 안목을 키울 기회가 다양하지 않습니다. 미술을 좋아하고 아끼고 작은 작품이나 신진 작가의 작품들을 눈여겨보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구매해서 집에 걸어 놓고 싶어 하는 일반 애호가들이 많아져야 미술품 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 까요.

미술품 시장이 소액 구매자부터 활성화 되면 여러 가지 좋은 효과가 발생합니다. 고가의 근현대 작가 작품만 구매하려고 하는 편중 현상은 미술품이 투자가치로만 보일 뿐 입니다. 미술품 양도세 논란도 ‘미술을 사랑하는 많은 일반인’이라는 밑바탕이 있다면 다른 양상을 보였을 것입니다. 젊은 작가들도 자신의 작품을 구입하는 구매층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려는 노력으로 이어집니다. 창작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술 ’이라는 문화는 대중이 누려야 할 가치라는 점입니다. 소수의 특정 계층만 누리는 것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전제 아래 미술관, 갤러리 등의 공간에서 대중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좀 더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있습니다. 진입장벽이 있으면 당장은 쾌적한 공간에서 구매력이 있는 손님들만 맞이할 수 있겠지만, 미술시장 전체로 눈을 크게 열면 꼭 좋다고 할 수 는 없습니다.

얼마 전 취재하면서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서울시립정독도서관과 지하철 안국역 사이의 길은 주말이면 유동인구가 굉장히 많은 지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길을 걷다보면 갤러리들이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곳 갤러리들의 고민 중 하나가 일반 대중들이 많이 구경은 하시는데 정작 구매로 이어지는 분들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 대중들에게 좋은 관람꺼리를 제공할 수 있어서 좋긴 한데, 사람이 붐벼서 작품 훼손의 위험도 커지고 휴일에 근무할 인원도 필요합니다. 또 갤러리 안의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나들이객도 많은데요, 사진촬영을 허용해야하는 지의 문제도 있다고 하네요. 그래도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흥미있게 본 전시 사진을 퍼나르다 보면 작가, 작품, 갤러리의 일반 인지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비영리 미술관이 아닌 영리목적의 갤러리, 화랑들에게 무조건 공공서비스를 요구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미술 시장의 선순환을 위해서 미술품의 공공재적 성격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일반 대중들의 인지도가 구매로 이어지느냐는 또다른 문제입니다. 하지만 우리 미술작가 가운데 대중들이 친숙하게 느끼고 좋아하는 스타 작가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 수 있는 작품 활동을 분명히 있을 텐데요, 저는 그런 스타작가가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모두가 비싼 작품을 구매할 수는 없지만, 작가와 작품을 좋아하고 환호할 수는 있습니다. 연예인들을 소유할 수 없지만 화보나 다른 여러 가지 관련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많은데요, 마찬가지로 미술의 파생상품이라는 시장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대중의 인기는 결국 미술관과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구매 욕구를 불러올 것은 당연합니다. 대중들이 누리는 문화의 질이 높아 질수록 전체적인 미술시장도 건강하게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취재할 때 ‘경매 참가자들의 얼굴은 절대 촬영금지’라는 주최 측의 협조요청이 있었는데요,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이 분명 부끄러운 일은 아닐 텐데, 왜 그럴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일반 대중들이 편견 없이 봐주지 않을 것 같아 꺼려하는 게 아닐까요? 누가 저렇게 비싼 작품을 살까 하는 게 궁금하면서도 그 가치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는 대중도 많습니다. 오히려 미술에 대한 막연한 어려움만 커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미술 작가가 그래서 절실합니다. 미국의 앤디워홀이나 키스해링 같이 대중이 사랑하는 미술 작가가 한국에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미술을 사랑하는 일반 대중이라는 밑바탕과 스타 작가, 그리고 작가를 현재가치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으로 평가해서 대중들에게 알리려고 애쓰는 미술기관들이 모여 건강한 미술시장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취재협조 - 서울옥션, K옥션, 마이아트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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