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국회계법인 20대 여직원 사망 '시끌'

사망 전 격무 호소..누리꾼들 "제2의 팍스콘 사건"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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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회계법인인 영국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중국법인에서 근무하던 20대 중국 여성이 입사 6개월 만에 사망하자 누리꾼들이 과로사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제2의 팍스콘' 사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일 동방조보(東方早報)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PwC 중국법인의 여직원 추(秋.25)모씨가 병독성 뇌막염으로 사망했다.

중국 명문 상하이교통대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이 회사에 입사, 회계사로 일해온 그녀는 지난달 31일 발열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으나 곧 혼수상태에 빠진 뒤 10여 일 만에 숨졌다.

그녀는 사망하기 전 자신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며 죽음을 예고하는 글을 올렸다.

그녀는 "연일 계속되는 야근과 출장으로 쉴 틈이 없다. 실컷 자보는 것이 소원"이라거나 "월요병이 없다. 입사한 뒤 한 번도 주말에 쉬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음을 내비쳤다.

지난 1월 4일 올린 글에서는 "야근도, 출장도 모두 견뎌낼 수 있다"면서도 "다른 외국계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3일 전 사망했는데 나 역시 이미 마지노선까지 온 느낌"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이 '차라리 직장을 그만두라'고 권한다"고 밝혔다.

사망 직후 친구들에 의해 그녀가 웨이보에 올린 글이 공개되면서 중국의 누리꾼들은 "추씨의 사망은 명백한 과로사"라며 "과중한 업무가 추씨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며 PwC에 화살을 돌렸다.

누리꾼들은 "뇌막염은 불치의 병이 아니다"며 "정상적인 치료만 받았더라도 추씨는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씨의 웨이보나 인터넷에는 추씨를 애도하고 회사측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으며 바이두(百度)를 비롯한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그녀의 죽음이 핫 이슈가 되면서 직원들의 연쇄 자살로 곤경에 처했던 제2의 팍스콘 사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만계 전자업체인 팍스콘 중국 공장에서는 지난해 직원 10여 명이 잇따라 자살, 사회적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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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콘 직원들은 회사 측이 독성물질에 노출된 근로자들에게 의료 검진을 충분하게 제공하지 않고 인턴 학생들에게조차 법에 명시된 하루 8시간 이상의 근무를 강요하는 등 직원들을 혹사했다고 주장했다.

PwC는 논란이 확산하자 추씨의 유족에게 장례비와 위로금을 충분히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추씨의 사망에 대해서는 "그녀가 우울증에 시달려왔으며 뇌막염에 의해 사망한 것일 뿐 과로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선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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