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한 나라를 이끄는 국가원수들이 자리에 걸맞지 않는 점잖치 못한 행동으로 인해 개인의 수치를 넘어 나라 망신까지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체코의 바츨라프 대통령도 최근 절도로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해 구설에 올랐습니다.
자세한 동영상은 아래 주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0895900
체코의 바츨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칠레를 공식 방문해 피녜라 대통령과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지루한 듯 하품까지 하던 바츨라프 대통령이 갑자기 자기 앞에 놓인 상자를 열더니 의전용 펜을 꺼내 이리저리 유심히 살펴봅니다.
뭔가를 결심한 듯 바츨라프 대통령이 은밀하고 치밀하게 두 손을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몇 차례의 간결한 동작 끝에 펜은 결국 대통령의 주머니 속으로 사라집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깔끔한 일처리가 만족스러웠는지 무의식 중에 V자까지 만들어 보입니다.
이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동영상이 '대통령의 절도' 라는 제목으로 급속히 퍼져나가자 체코 대통령실은 서둘러 이 펜은 칠레 대통령에게 선물 받은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외교문서에 서명한 뒤 펜을 갖는 것은 관례라는 해명이 뒤따랐지만 체코 국민들은 대통령의 행동이 국가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며 비난했습니다.
그러자 바츨라프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면서 지난번 나토 회의 때도 펜을 집어왔고 라트비아에서 열린 회의장에서는 메모지를 가져왔다며 전과까지 고백했습니다.
네티즌들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바츨라프 대통령에게 펜 보내주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데 벌써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저명한 경제학자 출신으로 체코 민주화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정계에 입문했던 바츨라프 대통령에게는 체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따져 보면 비슷하게 구설에 오른 다른 국가 원수들도 꽤 많습니다.
반미 대열의 선봉에 선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해 말, 한 친선 축구 경기에서 비 신사적인 반칙을 범했다가 한바탕 곤욕을 치렀습니다.
몸싸움 중 상대팀 선수가 태클로 자신의 오른쪽 다리에 찰과상을 입히자 발끈한 모랄레스 대통령이 득달같이 달려 들어 무릎으로 이 선수의 사타구니를 가격했습니다. 심판은 대통령의 비신사적 행위를 못 본 척 했고, 시원하게 분풀이를 한 모랄레스는 이후 골 까지 넣었습니다.
장관과 총리 시절 여러 명의 여직원을 성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망신살이 뻗힌 이스라엘의 카차브 대통령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법원 출석을 밥 먹듯 하더니 결국 퇴임을 2주 앞두고 대통령직에서 불명예 하차하고 말았습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독재자 무가베 대통령도 집안 망신을 당했는데, 영부인 단속을 제대로 못해서였습니다.
무자비한 철권 통치자로 유명한 무가베는 비밀 경찰을 통해 매일 측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받으며 철저히 관리해 왔는데요, 등잔 밑이 어두웠나 봅니다. 자기 보다 무려 45살이나 어린 젊은 부인이 자신의 최측근인 중앙은행 총재와 무려 5년 동안이나 비밀정사를 즐겨온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무가베를 조롱하 듯 간 크게 바람을 피웠던 두 사람이 이후 어떻게 됐을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수많은 기행으로 유명한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 원수도 몇년 전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가 숙소를 못 구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내겠다고 해도 선뜻 방을 빌려 주겠다는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카다피는 베두인족 전통에 따라 천막을 치고 지내겠다고 고집을 피웠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피용 전 프랑스 총리는 이집트 민주화 운동으로 축출된 무바라크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용돈으로 휴가를 즐기고 비행기를 얻어 탄 사실이 드러나 옷을 벗었습니다.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아프간에서 전사한 병사의 어머니에게 위로 편지를 직접 써서 보냈다가 여기 저기 틀린 철자법과 어법에 안 맞는 표현을 본 어머니가 성의 없는 편지라며 화를 내자 공개 사과까지 하는 굴욕을 겪었습니다.
'골초 정치인'으로 유명한 슈미트 전 독일 총리는 금연법을 어기고 극장에서 몰래 부인과 함께 줄 담배를 피우다 걸려 당국에 고발당하는 곤욕을 치렀습니다.
이렇게 드러난 것 말고도 감춰진, 혹은 측근들만 알며 쉬쉬하는 국가 원수들의 엉뚱하고 허술한 행동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국가원수들도 완벽한 사람들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친근감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국민의 지지를 업고 국가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각별히 처신에 주의를 해야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