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포터] 일본의 김연아 도촬, 한심한 수준 증명한 사건


일본의 NTV '진상보도 반키샤'에서 김연아의 훈련장면을 몰래 촬영하여 방영한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아직 대한 빙상연맹은 확실한 대처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연아의 소속사 '올댓스포츠'측은 "NTV(니혼티비)에서 공식적인 사과방송을 하길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본촬영팀은 "김연아 측에 양해를 구하고 촬영하였다. 이미 구두로 사과를 끝냈다."며 도촬사건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

피겨계에는 정해진 규칙은 아니지만 꼭 지켜야할 관행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다른 선수의 훈련에 대한 정보를 몰래 훔쳐가지 않는 것이다. 김연아의 전 코치 브라이언 오서가 더 많은 비난을 받았던 것은 선수가 발표하기도 전에 먼저 경기용 음악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선수가 아닌 어느 누구도 경기에 대한 정보를 알릴 자격은 없다.

피겨는 선수 개인의 개성이 점수에 많이 반영되는 스포츠이다. 그렇기 때문에 점프구성뿐 아니라 안무에도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한다. 지금까지 시니어 대회를 통해서 김연아 고유의 연기와 기술들을 선보여 왔다. 이미 많은 선수들이 김연아를 따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심지어 시즌 중에도 안무를 바꾸는 선수들이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피겨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김연아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훈련과정은 철저히 비밀로 붙여져야 한다. 훈련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김연아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이런 상도덕을 깨트렸다는 것은 피겨라는 스포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음을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피겨 강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수준이하의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지만 오히려 당당하게 상대하는 모습은 오히려 그들의 의식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증명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일본의 도촬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진상보다 반키샤'는 올림픽때 김연아의 점수표를 몰래 찍어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들은 방송을 통하여 김연아의 점수가 많이 과장되었다는 식의 의견을 어필하며 김연아가 온전히 자신의 실력으로 받은 점수가 아니라는 식의 보도를 하였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방송에서 대놓고 잘못된 사실을 알린 것이다.

대한 빙상연맹의 대책도 한심한 수준이다. 빙상연맹의 관계자는 "내년에 일본에서 세계선수권이 열리는데 밉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사과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여서 일본빙상연맹에게 잘못보이면 안된다는 이론은 피겨가 얼마나 정치적인 스포츠인지를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일본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피겨는 피겨강대국 선수들이 실력보다 많은 점수를 받아가는 것이 현실이고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나라가 일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ISU를 지원하는 기업은 거의 다 일본기업들이고 주요관계자들도 일본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제 김연아로 인해 피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영향력은 햇병아리 수준이다. 피겨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은 일본의 입장에서 김연아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거기다 아사다 마오가 하락세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김연아를 깎아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눈치를 보느라 확실한 사과를 받아내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가 우습게 보일 빌미를 마련하는 것이다. 오히려 강력한 대처가 이루어져야 김연아와 한국선수들에게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 빙상연맹의 답답한 대처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김연아로 인해 이제서야 꽃을 피운 피겨기반을 오히려 퇴보시키고 있는 것이 현재 빙상연맹의 상황이다.

이계숙 SBS U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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