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위의 연극? '가위바위보'로 쇼트트랙 승부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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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국가대표 선수들의 승부조작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었던 쇼트트랙에서 또 추문이 터져나왔습니다. 이번에는 고등학교 선수와 코치들이 조직적으로 승부조작을 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심지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순위를 정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임찬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3월, 성남시장배 고등학교 쇼트트랙 대회.

출발 신호가 울렸지만 6명 가운데 3명은 거의 속력을 내지 않습니다.

속력을 냈던 선수들도 꼴찌 그룹을 따라 잡은 뒤에는 앞지르지 않고 속력을 줄입니다.

자리다툼 한번 없이 처음부터 속력을 낸 선수들이 먼저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경기 같지 않은 경기가 벌어진 것은 코치들이 사전에 승부를 조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3월 바로 이곳에서 펼쳐졌던 남자 고등부 쇼트트랙 대회는 운동 경기라기보다는 사전에 각본이 짜여진 빙판 위의 연극이었습니다.

특기생 지원 자격이 부여되는 3등 이내의 순위는 지도자의 가위 바위 보에 의해 사전에 정해졌습니다.

[송 모 씨/쇼트트랙 코치 : 빙상 같은 경우 사실 대학 갈 기회도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취지 자체가 이 학생들학테 학교를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자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지도자들 가운데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3명이고, 현직 국가대표 코치도 포함돼 있습니다.

경찰은 이 가운데 승부 조작을 주도한 45살 이 모 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다른 13명은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쇼트트랙은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까지 승부조작 파문이 불거지는 등 상습적으로 승부조작이 이뤄진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적발된 것과 같은 중소 규모의 대회에서까지 승부를 조작하는 것은 쇼트트랙계의 관행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모 씨/쇼트트랙 코치 : 그 시합 자체가 워낙 메달 딴 애들이나 잘 타는 애들이 안 타는 시합인데, 예전부터 어떤 관례로 시합 같은 것 하나를 (입상 경력 없는 선수들 위해) 남겨놓거든요.]

빙상연맹은 비상 상임 위원회를 열고 사건에 연루된 대표팀 코치 이 모 씨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신동환, 영상편집 : 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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