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발전 '박정희의 기적'만은 아니다"

"국내 여러 부문의 노력과 국제 지원 복합작용"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정당하게 평가해야 하지만 경제발전 성과를 지나치게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15일 서울 건국대 상허연구관에서 열린 한국정치학회 추계학술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위기를 극복했던 저력을 평가할 수 있지만 당시는 위기를 벗어나는 게 그리 쉽지 않았으며 실제로 정권 말까지 위기를 극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의 경제적 성과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엮은 리더십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경제발전 성과는 국내 여러 부문의 노력과 국제사회의 지원이 결합한 것이기 때문에 '박정희의 기적'이 아니라 한국이 세계와 함께 달성한 성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화 초기에는 박 대통령의 선택이 주효했을 수도 있지만 산업화가 어느 정도 진전된 뒤에는 비민주적 정책이 노동자와 일반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가로막았을 수도 있다"며 "대통령뿐 아니라 피땀 흘려 일한 노동자와 농민, 기업가, 관료, 외국자본 등 다른 경제주체의 역할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경제발전을 일으킨 국내 동인을 10으로 볼 때 국민과 정치적 리더, 기업가의 비중을 5:2.5:2.5 또는 3:3:3으로 보는 게 균형잡힌 객관적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는 구조적인 것이어서 갑자기 변하기 어렵다. 박정희 시대의 성과가 이전 시대의 성과에 기반하고 또 후대로 계승될 수밖에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이승만 시대의 수입대체 공업화, 박정희 시대의 수출지향, 그 이후의 개방화 모두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만희 일본 풀학원대학 교수는 "경제기획원은 박정희의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창립된 기구였지만 해외 원조기구의 지도, 유학, 해외근무 등을 통해 경제적 합리성을 중시하는 시장주의적 접근법을 선호했다"며 "이에 따라 경제기획원의 경제적 합리성을 중시하는 시장주의적 신념과 박 대통령의 개발주의적 신념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결국 박 대통령의 개발주의가 기획원의 시장주의를 압도한 결과 한국 경제는 정책적 균형을 상실하고 경제적 합리성이 산업화 정책에서 배제됐다"며 "이런 부작용은 70년대 후반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도전이 확산되는 원인을 제공했고 박 대통령은 경제적 합리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경제기획원의 신념을 수용하는 쪽으로 전환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하고 10ㆍ26을 맞았다"고 말했다.

김도종 명지대 교수는 "3공화국의 통치가 비민주적이었으며 강압적이란 인상을 주는 것은 국가의 제도화를 짧은 기간에 추진했기 때문"이라며 "3공화국은 개발독재라기보다는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된 시기라는 평가가 더 적합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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