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기구한 나날들…떠도는 '무국적 탈북자'

8개월 동안 철장 속에서 기막힌 감금생활…제도적 조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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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북한에서 태어나 수십년을 살다가 탈출했지만 북한 국적 자체가 없어서 대한민국 시민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무국적' 탈북자라고 하는데, 동포이면서도 동포로 인정받지 못해서 기구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박세용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47살 김천일 씨.

국적이 없는 무국적 탈북자입니다.

화교출신 아버지와 함께 북한에서 살다가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북한에서 살았지만 북한 국적은 아니고 중국에서는 신원확인이 안된다며 중국 국적을 주지않아 국적이 없습니다.

김 씨는 1992년 탈북해 2004년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국정원은 다섯달 만에 김 씨를 중국으로 추방했습니다.

화교인 아버지가 중국 국적이어서 김 씨를 북한주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김 씨는 평양에서 태어나 북한에서만 30년을 살았다고 항변했지만 끝내 탈북자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김천일/무국적 탈북자 : (중국에) 가면서 배에서 떨어져 자살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때 심정은 정말 참담한 거예요.]

그렇게 중국으로 쫓겨갔지만 중국 정부 역시 중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김 씨를 한국으로 재추방했습니다.

김 씨는 화성 외국인보호소 철장 속에서 8달을 지내야 했습니다.

취업, 의료보험, 운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무국적 탈북자 생활이 6년간 이어졌습니다.

[김천일/무국적 탈북자 : 직업 찾는데서 제일 힘든 거예요. 종이장(체류연장서) 내밀면 이것밖에 없습니까. 이러는 거예요.]

북한에서 50년 넘게 산 박 모씨도 아버지가 화교란 이유로 보호소에 8달 째 갇혀 있습니다.

[박 모씨/무국적 탈북자 : 내가 큰 죄를 짓고 들어온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살겠다는 마음만 갖고 들어온 건데, 이렇게 해야 되나 하는 생각에…]

이렇게 지금까지 우리나라로 들어온 무국적 탈북자는 20여 명.

모두 '중국 추방' 혹은 '보호소 수감' 신세입니다.

현재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수감중인 사람은 네 명입니다.

[이영환/북한인권시민연합 : 법무부가 실제 판정하는 제도를 만들어놓든지. 제도 마련이 안 되면 유령처럼 떠도는 분들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떠도는 무국적 탈북자들, 국적법 전문가로 구성된 대책 기구를 통해서 이들에게 최소한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제도적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 홍종수, 영상편집 : 염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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