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때 다른 일회용 소모품?…총리의 명과 암

이회창 총리 시절, 김영삼에 '괘씸죄' 걸려 해임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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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지금도 보셨지만, 총리 자리를 꺼리는 인사들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국무총리가 참 묘한 자리입니다. 헌법상으로는 분명히 '2인자'지만, 제왕적 대통령 앞에서 그 역할과 위상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는 어떤 존재일까?

정하석 기자가 깊숙히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헌법상으로만 보면 우리나라 총리의 권한은 막강합니다.

대통령의 장관임명도 총리의 제청 절차를 거쳐야 하고 대통령이 서명하는 모든 국정문서에는 총리가 함께 서명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이는 법전속에만 있을 뿐 권력과 현실정치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군사정권 시절, 총리는 정통성 문제를 보완하는 의전총리가 많았습니다.

김상협 총리같은 학계인사, 진의종 총리같은 호남권 인사, 남덕우 총리같은 경제계 인사 등이 TK 군 출신 대통령의 선호 대상이었습니다.

민심 수습이 필요하거나 정치적 국면 전환이 필요할 때는 총리들이 '총대'를 멨습니다.

유창순 총리는 이철희, 장영자 사건, 김상협 총리는 칼기 격추 사건, 이한기 총리는 87년 6월항쟁 이후 이른바 시국 수습 차원에서 물러났습니다.

현 정부들어서는 정운찬 전 총리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지명때부터 세종시 총리로 불리다가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자 물러났습니다.

이렇듯 권력의 필요에 따라 총리를 임명하다보니 역대 40명 총리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이 조금넘는 13개월에 불과했습니다.

[박명호/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의전, 대독, 방탄 총리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역할이 상당히 제한적.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사용되는 일회용 소모품.]

노태우 정부때의 노재봉 총리, 김영삼 정부의 이수성 총리, 김대중 정부의 김종필 총리,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총리 등이 이례적인 실세총리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이들은 공동정권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거나 대통령의 신임에 따라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것일 뿐, 최고 권력과 맞선 것은 아니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이회창 총리의 경우는 헌법에 규정된 총리의 권한을 행사하려다 물러난 사례입니다.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통일안보 정책조정회의 결과는 헌법상 총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가 이른바 '괘씸죄'에 걸려 그 다음날 해임됐습니다.

[정두언/한나라당 의원('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 저자) : 총리가 권한을 법대로 행사하면 청와대는 의미가 없어지고 마찰이 생길수밖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총리를 해임할 수 있는 대통령의 인사권때문에 역대 총리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차기대권 후보로 이름은 오르내렸어도 정작 총리 출신으로 국민의 직접 선거를 거쳐 대통령에 오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습니다.

(영상편집 : 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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