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못할 '공정사회 태풍'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공정사회' 이슈가 온 나라에 '공정' 열풍을 불게하고 있습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는 후보자 개개인의 말 바꾸기와 각종 '죄송한 일'들 때문이었지만, 거침없이 줄줄이 사의표명을 하게 된 배경에는 '공정사회'가 있었습니다.

즉, 대통령이 제안한 '공정사회'의 모습에 재를 뿌려 구제받지 못할 인물로 평가절하 돼버린 것이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자진사퇴도 자기 자식의 일자리만 고이고이 만들어주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하는 물음에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신속히 결정된 것이라 봅니다.

그런데 이 공정사회 바람이 점점 태풍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어제 임채민 총리실장의 약식 청문회에서는 고위공직자들이 퇴직후에 로펌에 취직해서 고문으로 일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임 실장 본인이 지경부 1차관을 지낸 뒤 법무법인 광장에서 일하다 총리실장에 내정되면서 그만뒀습니다.

공직자들의 로펌행은 수년 전부터 문제로 제기돼 왔습니다. 사실상 소송 당사자들의 이익을 위해 고위 로비스트로 활동한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퇴직 후에 '높은 연봉'으로 공무원 생활의 박봉을 보상받는 것에 대해 정치권이 어느정도 묵인해 왔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법적 제약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임 실장의 약식 청문회 분위기를 보면, 고위공직자의 로펌 취업도 '과연 공정한가'의 물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참에 법적 제한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은 요즘 고민입니다. '공정한가?' 라고 물었을 때 그 만큼 이곳 저곳에서 찜찜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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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고민을 표출했습니다. "공정한 사회와 관련해 갑자기 높아진 엄격한 잣대로 과거 관습적으로 허용됐던 부분까지 재단해서 인민재판식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낙마한 총리와 지식경제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리에 새 인물을 앉혀야 하는데, 높아진 잣대를 넘어설 인물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여권의 인사들은 토로합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또 공정하게 개선할 분야를 정해서 구체적으로 보완책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옳은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 속내에는 '이대로 가다간 공정사회의 그물에 걸려 기득권층 곳곳에서 곡소리가 날 것 같다'라는 걱정이 들어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당정 정례 회동 첫 자리에서 공정사회를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기회를 균등하게 주는 것이다. 그 결과야 개인이 책임져야 하지만" 그리고 이런 말도 했습니다. "권력과 이권이 함께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이다. 선진국이 되려면 이제 경제력 만으로는 안되고 공정한 사회가 되야한다"

기회가 균등하고 권력과 이권이 분리되고 경제력을 바탕으로 공정하기까지 한 사회. 그 사회가 한국사회가 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은 온 국민이 같을 것입니다. 공정사회 바람이 태풍급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국회에서는 '이게 공정합니까?'라는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정사회 그물이 무서워서 그물 여기 저기에 구멍부터 내고 시작해선 안될 것입니다.

결국 '재수 없이' 몇몇 인사들만 희생되고 넘어가는, 그런 '바람'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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