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발표…당초 예상보다 규모·대상 확대

실수요자 DTI, 보금자리 사전예약 손질에 초점


정부가 고심끝에 발표한 8.29주택거래 활성화대책은 실수요자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확대해 침체된 주택거래의 살리면서 보금자리주택의 사전예약 물량을 조절해 민간 주택시장의 공급을 틔워주겠다는데 초첨이 맞춰져 있다.

당초 지난 7월 21일이던 대책 발표시기가 한달 여간 늦춰지면서 금융, 세제부터 보금자리주택 공급, 건설사의 미분양 매입 대책까지 당초 예상보다 규모와 대상이 확대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DTI 완화 폭 예상보다 커 =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가장 고민한 것은 DTI 완화의 폭을 어느 수준까지 해주냐는 것이었다.

정부는 그동안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했던 DTI를 손댈 경우 자칫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고, 투기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도로 꺼려왔다.

당초 7월 21일 관계장관 회의이후 대책을 발표하려 했다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발표를 연기한 것도 DTI 완화의 범위와 효과에 대해 부처간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후 한달 여간 아파트 입주 실태와 대출 애로사항 등을 점검하고 현장의 의견을 접수하는데 주력했고, 그 결과 죽어 있는 거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DTI 완화가 불가피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DTI 완화 폭은 예상보다 커졌다. 당초 언론보도 등을 통해 줄곧 신규주택 입주 예정자가 보유한 기존주택을 사는 사람의 조건을 완화해주는 '4.23대책 완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반 무주택자 또는 1가구 1주택자로 대상이 확대한 것이 그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4.23대책을 완화하는 수준에서는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와 기존주택 구입자간의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거래 활성화의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실수요자로 분류되는 무주택자와 1가구 1주택자로 확대하자는데 부처간 합의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시행 시기를 내년 3월말까지로 정한 것은 올해 하반기 수도권에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집중된다는 점이 고려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주 물량 등으로 올해 하반기 주택시장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보고 예외적, 한시적으로 DTI를 완화하는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는 전체적인 수급여건 등을 감안할 때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 봄 이사철이 본격화되는 1분기말로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광고 영역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내년 3월말까지 주택기금에서 가구당 2억원 범위내 구입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도 주택구입 잠재 고객을 거래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올해 말로 종료되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방침을 2년간 완화하기로 한 것은 연말 주택시장에 급매물이 쏟아져 가격 급락 가능성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양도세와 달리 취득.등록세는 지방 세수의 31%를 차지하고, 지자체의 반발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감면 연장 기간을 1년으로 한정하고, 감면 대상주택 등 세부 내용은 행정안전부에서 추후 확정하기로 했다.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물량도 손댄다 =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물량을 축소하고, 시기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로 한 것은 건설업계의 요구와 함께 주택 공급 과잉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반영된 것이다.

국토부는 그동안 4대강과 함께 MB정부의 최대 정책사업으로 꼽히는 보금자리주택만큼은 절대 손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해 10월 첫 사전예약에 들어간 보금자리주택은 시세의 50~70%의 싼 값에 공급해 인기를 끌었으나 지난 4월 2차 사전예약 이후부터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의 분양 예정가가 주변 시세의 80~90%를 웃돌자 청약자가 감소하고 남양주 진건, 부천 옥길, 시흥 은계 등 경기권 3개 지구에선 사전예약 물량의 20%가 넘는 1천333가구가 무더기 미달되며 사전예약 물량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건설업체들도 보금자리주택의 대기수요로 인해 민간 주택시장이 붕괴 위기에 봉착했다며 보금자리주택의 물량 축소 및 시기 조정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국토부는 결국 3차 보금자리주택지구부터 사전예약 물량을 80%에서 50% 이하로 낮추고, 올 10월께 발표 예정인 4차 보금자리주택지구는 3차 광명 시흥의 이월물량 등을 감안해 지구수를 2~3개로 축소하기로 방침을 선회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는 사전예약 외에 본청약도 시작돼 1년에 사전예약 2회, 본청약 2회 등 넉달 가까이 청약이 진행될 경우 민간주택 시장을 크게 위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경우에 따라 사전예약 횟수가 연 2회에서 1회로 축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그러나 2012년까지 그린벨트 해제지역에서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정책목표는 그대로 유지해 매년 8만가구에 대한 지구지정 및 사업승인 계획은 고수하기로 했다.

◇4.23 대책 보완 = 지난 4월에 발표했던 '4.23대책'도 이번에 대폭 보완됐다.

정부는 지난 4.23 대책에서 신규주택 입주 예정자가 보유한 기존주택을 매입하는 사람에 한해 DTI를 완화해주기로 했으나 실제로 대출이 성사된 건 수는 한 건도 없었다.

신규주택 입주예정자는 입주 잔금을 연체중이어야 하고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은 제외되며, 구입자의 부부소득은 연 4천만원으로 제한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번 8.29 대책에서 입주 예정자와 기존주택 구입자의 자격을 대폭 완화해주기로 했다.

대한주택보증의 미분양 주택 매입조건을 완화하고 리츠.펀드 매입 대상을 확대한 것도 실효성이 없다는 업계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프라인 광고 영역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오프라인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