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광화문 현판 제막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다 함께 '하나, 둘, 셋'을 외쳐주시기 바랍니다. 하나! 둘! 셋!"
사회자의 안내가 끝남과 동시에 광화문 현판을 가리고 있던 '제 모습 찾은 광화문 현판 제막' 플래카드가 태극무늬가 그려진 애드벌룬과 함께 하늘 높이 오르면서 145년 전 모습을 되찾은 '光化門' 현판이 역사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원모습으로 복원된 광화문의 현판 제막식이 15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식'의 식전 행사로 열렸다.
한국전쟁기 피폭으로 소실된지 60년,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복원으로부터 42년 만의 행사다.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전두환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사부요인 그리고 광화문 복원공사의 도편수인 대목장(大木匠) 신응수 선생과 어린이 10명이 행사장 앞에 마련된 작은 북을 치는 것을 신호로 '광화문(光化門)'이라 쓰인 현판이 웅장한 자태를 내보였다.
광화문 뒤편에서는 오색의 작은 풍선들이 양쪽으로 길게 줄지어 하늘로 높이 솟아올라 현판 제막을 축하했다.
행사에 쓰이는 커다란 북인 진고(晉鼓) 소리가 울려퍼지고 국민과 주한 외교관들은 손뼉을 치거나 태극기를 높이 흔들며 환호했다.
흰 바탕에 강한 필치의 검은 글씨로 쓰이고 화려한 단청이 칠해진 복원 현판은 최근 공사를 마친 광화문의 모습과 한몸을 이뤄 빛을 발했다.
식전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앞 LED 화면에서는 1900년대 초의 광화문 모습부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기의 모습,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1차 복원됐던 모습과 최근 광화문의 복원 과정 등 광화문의 역사가 담긴 사진을 차례로 보였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경축사와 광복절 노래 제창, 만세 삼창 등 본행사가 진행됐다.
본행사가 끝난 직후 10시30분께에는 광화문 개문식(開門式)이 열렸다.
한복 차림을 한 이명박 대통령과 이건무 문화재청장을 비롯해 독립유공자와 각계 대표들, 어린이대표들 등으로 구성된 개문식 참가단은 행사장 무대 뒤편 경사로를 통해 의장대가 늘어선 길을 지나 광화문으로 향했다.
웅장한 피리 소리와 함께 경복궁 수문장이 개문을 명하자 붉게 칠해진 광화문의 세 홍예(虹霓. 아치)문 중 가운데 문이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는 경복궁 궁성의 첫번째 문인 흥례문(興禮門)이 또렷하게 정면으로 보였다.
광화문이 원래의 위치와 각도를 되찾은 결과다.
참가단은 곧이어 울려 퍼진 풍악 소리를 들으며 흥례문을 바라보고 과거 조선 시대 임금만이 드나들 수 있었던 가운데 문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시민들은 숨을 죽인 채 전광판을 통해 개문식 행사를 지켜봤으며 문이 열리자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어 10시 40분께부터 완전히 일반에 개방된 광화문은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걸어서 드나들고자 하는 시민들로 가득찼다.
일부는 문루에 올라가 광화문 광장을 지켜보기도 했다.
시민들은 저마다 손에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광화문 앞에서 서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에 바빴고, 어린이들은 고개를 들어 홍예문 천정에 있는 주작의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광화문 개문식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강현석(13) 군은 "예전 광화문을 본 적이 있지만 새로 복원된 광화문이 단청도 아름답고 더 좋은 것 같다"며 "우리 한민족의 얼굴인 광화문이 복원돼서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조선왕조 정궐(正闕)의 정문으로, 한국 역사의 '아이콘'인 광화문이 복원 공개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이번에 위치와 각도 등도 제자리를 되찾고 문루도 목조로 복원한 만큼 우리 국민의 자긍심과 역사의식을 고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청장은 이어 "광화문 복원이 완료됨으로써 고종 당시 500여동이던 경복궁의 복원이 25%가량 완료된 셈"이라며 "앞으로 20년간 진행할 복원사업을 통해 고종 때의 76% 수준까지 복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