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이 외면한 '동해'

동해와 일본해…끝없는 논쟁


오늘(15일) 미국 정부는 한국과 미국의 합동군사훈련 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천안함이 침몰된 이후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대책의 핵심으로 거론됐던 내용이 마침내 구체화된 것이죠. 다만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는 서해가 아닌 동해 훈련에 참가한다고 합니다. 서해 훈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중국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물론 미국은 "공해상 훈련은 전적으로 미국 군과 국방부,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다."고 부인하기는 했지만요.

그런데 오늘 한미합동군사훈련 계획을 발표한 미 국무부와 국방부 대변인은 동해를 동해가 아닌 일본해라고 표현하더군요. 먼저 크롤리 미 국무부 대변인의 발표내용입니다.

 "with regard to the two-plus-two meeting, we expect that Secretary Gates and Secretary Clinton, together with Defense Minister Kim and Foreign Minister Yoo, will discuss and likely approve a series -- proposed series of U.S. and Korea combined military exercises,
including new naval and air exercises in both the Sea of Japan and the Yellow Sea. '

 "(오는 21일 서울에서 열리는)2+2 (한미 외교국방장관)회담과 관련해 미국 정부는 클린턴 국무장관과 게이츠 국방장관이 김태영 국방,유명환 외교장관과 함께 서해와 동해(일본해)에서 해상-공중훈련이 포함된 합동군사훈련 계획을 토의하고 승인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음은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 브리핑 내용입니다.

"I can assure you that that is going to be the framework by which we make decisions such as joint exercises with the Republic of Korea forthcoming in the -- in the Yellow Sea, or in the Sea of Japan."

"황해(서해)와 동해(일본해에서) 한국과 함께 실시할 합동군사훈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I suspect that the decision will be made at the two-plus-two or thereabouts that a component to our exercises going forward will be exercising in the Yellow Sea, just as it will be to exercise in the Sea of Japan"

" 황해와 동해(일본해)에서 실시될 합동군사훈련의 내용들이 2+2회담에서 결정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워싱턴 지국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 카메라 기자한테 "미국 정부는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현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했더니 "미국 정부는 원래 그 표현을 쓰고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대답하더군요. 뉴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단 그냥 넘어갔는데 새벽인 지금 깨어나 생각해 보니 웬지 모르게 걸리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봤더니 1992년 제 6차 유엔지명표준화회의에서 한국정부가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이후 논쟁이 있는 상태라고 돼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유엔지명표준화회의에서는 별다른 토론 없이 그냥 넘어갔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더군요. 이후 유엔지명표준화회의는 당사국인 한국과 일본,그리고 북한에(북한은 east sea of Korea라는 표현을 제안했습니다.) 이 문제를 협의해서 해결방법을 찾으라고 권고했습니다.

미국 인터넷 백과사전에서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논쟁을 시간대별로 정리하면서 2006년에 당시 노무현 한국 대통령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에게 "차라리 평화해라고 부르는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아베 총리는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자"고 했다는 대목까지 정리했습니다.

이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는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쪽으로, 그리고 미국의 최대 교과서 출판사에서도 병기하는 방안을 선택했다는 내용까지 읽었습니다.

결국 아직은 일본해라는 표현이 국제적으로 공인받고 있는 표현이고 한국정부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데서는 함께 표기하는 절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하면 아직은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공인받고 있는 표현이고, 동해라고 하는 표현은 거기에 대한 이의 제기로 국제사회에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이 한국의 최대 동맹이라고 하는 미국 정부 대변인들이 다른 것도 아니고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장소를 동해가 아닌 일본해라고 표현하게 된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쉽고 서운할 수 밖에 없는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현실은 인정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 보입니다. 국제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대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기회가 되면 한 번 미 정부 대변인들에게 굳이 일본해라고 표현한 이유를 물어볼 생각입니다만, 논쟁이 있는 부분에서 굳이 한국의 이해관계와 배치되는 표현을 쓴 것은 배려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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