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들은 주로 단기적인 수익률로 평가를 받다보니까 수익률을 조작하는 불법 거래에 대한 유혹에 그만큼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여건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큰 손 고객인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맡긴 돈의 수익률을 높여주기 위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사실은 '펀드에 돈을 맡기면 알아서 잘 해 주겠지' 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개인들에게 펀드불신을 키울 수 밖에 없는 사례인데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D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은 '큰 손' 고객인 국민연금 위탁펀드를 운용해 왔는데 수익률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국민연금이 맡겼던 돈을 일부 회수했고 다시 평가 시즌이 다가왔는데 또다시 수익률이 좋지 않자 돈을 모두 회수할까봐 수익률 조작에 나섭니다. 이른바 자전거래라는 불법 거래를 통해서였는데요.
우선 주로 개인들이 투자한 일반 펀드의 수익률 높은 종목들을 시세보다 싸게 연기금 위탁펀드로 넘깁니다. 그런다음 연기금 위탁펀드의 수익률 낮은 종목들은 시세보다 비싸게 일반 펀드에 팔았는데요. 이러면 연기금 위탁펀드의 수익률은 오르고 다른 일반 펀드의 수익률은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밀어주기식 불법 거래로 연기금 위탁 펀드는 30억 원의 부당이익이 생겼지만, 다른 펀드의 수익률은 떨어져 펀드 가입자들이 손해를 봐야했는데요. 6개월 동안 이뤄진 불법 거래규모만 62차례, 562억 원이나 됩니다.
이 곳 뿐 아니라 수익률 조작으로 적발된 업체나 펀드매니저들은 한 두명이 아닌데요.
최근 돈이 몰린 투자자문사 한 곳도 2년넘게 이런 식으로 수익률을 조작했다가 적발됐고, 또다른 자산운용사의 경우 펀드매니저 4명이 1년 넘게 시세를 조종해 펀드수익률을 높였다가 금융당국이 펀드매니저와 해당 자산운용사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때문에 금융당국은 펀드 수익률 조작이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면적인 실태조사에 들어갔는데요.
금융당국이 펀드 수익률 조작에 관한 실태조사를 한다는 소식에다 최근 과열양상을 보이는 투자 자문사 랩 어카운트에 대해서도 수익률 조작 등의 혐의가 있을 경우 기획검사를 하겠다고 밝히자 주식시장도 출렁거렸습니다. 주로 자문사 관련 종목들이 하락세를 보였는데요.
중소형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들이 이른바 '자문사 7공주'라고 시장에서 부르는 종목들을 대량으로 팔아치웠기때문입니다. LG화학과 삼성전기,기아차 등 이들 자문사 7공주는 올들어 자문사들이 많이 사들였고, 상반기에 급등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랩 어카운트는 돈을 맡기면 1:1로 수익률을 관리해 주는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서비스인데요. 올 들어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면서 상반기에만 여기에 10조원이나 몰려 30조원 가까이 규모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 돈이 상품 취지와는 달리 한 방향으로 쏠리면서 특정 종목들을 집중 매수하는 '몰빵투자'를 해 해당 종목들의 주가를 끌어올렸고, 묻지마 투자 양상까지 나타났습니다.
반면 수익률이 높았던 특정시기 수익률만 주로 광고하면서 계속 고객을 끌어모아 피해가 우려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도 열풍이 불면서 은행들까지 자문형 랩 상품에 뛰어들려고 하자 금융 당국이 일단 제동을 걸고 나선 겁니다.
저금리 속에 뭉칫 돈 일부가 주식시장 주변으로 몰리면서 '묻지마 투자' 양상이 나타나는 모습, 인사이트 펀드 등으로 대표되는 2007년 '펀드 대란' 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의 상황과 너무나 비슷하게 전개되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도 뒤늦게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던만큼 이번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 않을 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