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른바 '경희대 패륜녀' 사건이 인터넷을 통해서 전 사회적 이슈가 됐습니다. 어머니 뻘 되는 환경미화원에게 입에 담지못 할 폭언을 퍼분 겁니다. 당사자의 사과로 마무리 됐지만 이번에도 무책임한 인터넷 마녀사냥이 2차 피해를 낳았습니다. 엉뚱한 사람이 당사자로 몰렸습니다.
이호건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경희대학교 건물 여자화장실입니다.
지난 13일 이곳에서 누군가 먹다버린 우유팩이 문제가 됐습니다.
화장실을 찾았던 한 여대생이 먹다버린 우유팩을 왜 치우지 않았냐며 환경미화원에게 소리를 지릅니다.
[여대생 : 이거나 치우세요. 이거나 치우고 꺼지세요.]
[환경미화원 : 아 시끄러워. 난 너한테 사과받고 나가야 돼. 네가 나한테 욕을 해?]
환경미화원이 분을 참지 못해 사과를 받으려 따라오자 이 여대생은 한술더 떠 욕설을 퍼붓습니다.
[당시 여대생 녹취 : 미친x야! 진짜! 네가 뭔데 나와라 마라야! 이 x가 진짜 맞고 싶냐!.]
환경 미화원의 딸이 이 사실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졌습니다.
이른바 '경희대 패륜녀 사건'입니다.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실제로 지금 젊은 세대들은 상대방 판단할 때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재산, 사회적 지위 여부에 따라 이전 세대보다 훨씬 사람을 차별하거나 편견 갖는 특성이 나타나고 있어요.]
파문이 확산되자 학교측은 화장실 앞 cctv 화면을 분석해 내부적으로 문제의 여대생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경희대 관계자 : 이제 막 (해당 여대생) 찾았는데요. 상벌위원회가 꾸려지고요. 아마 학생 계도해서 나중에 사회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이나 이런 형태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온라인상에서 '패륜녀'로 지목된 사람은 다른 여대생.
누군가가 문제의 여대생이 경희대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는 09학번 김모씨라는 허위 글을 올렸고, 이는 곧 네티즌들에게 마치 기정 사실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문제의 여대생 신원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데도 엉뚱한 여성이 순식간에 패륜녀로 낙인 찍힌 겁니다.
더욱이 김씨는 사회복지학 전공이 아니었고, 09학번도 아니었습니다.
[ 김모씨/'패륜녀' 오인 피해학생 : 기분이 나쁘죠. 전 제가 아니라는 걸 밝혀야 되잖아요. 저는 제가 아니다, 제가 아니라는 걸 그 환경미화원 아주머니께선 얼굴을 아실 것 아니에요. 그 당사자를.]
김씨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이미 김씨의 실명과 사진 등 신상정보는 온라인상에서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갔기 때문입니다.
[김모씨/'패륜녀' 오인 피해학생 : 경희대 패륜녀 김00라고 치면 제 사진 뜨는 게 있어요. 제 학력이 어떻고 그런 프로필을 누가 캡처해서. 제가 아닌데도 누가 올려놓은 거에요. 이 사람이다 이렇게.]
학생들은 대부분 해당 여학생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온라인상의 그릇된 '마녀사냥'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길 꺼립니다.
[송혜인/경희대 컨벤션경영학 2년 : 그냥 괜히 신상정보..말 잘못하면 큰일나요. 너무 마녀사냥식으로 될 수 있으니까 그건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누군지 알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사람 인생이 걸린 것이잖아요.]
[박혜령/경희대 환경조경디자인과 4년 : 학교 안에 소문 돌고 그러니까 그런 건 이제 서
로가 조심해야될 것 같아요.]
자칫 자신도 온라인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
마녀사냥의 잘잘못을 따지다간 네티즌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인터넷상의 무차별 '마녀사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방송에서 키 180센티미터가 안되는 남자는 패배자라는 발언을 해 온갖 비난을 받은 '루저녀'.
지하철에서 애완견 배설물을 치우지 않아 사회적으로 매장된 '개똥녀'.
이들은 모두 '네티즌 수사대'를 자처하는 정체 불명의 네티즌들에 의해 개인 사생활과 신상정보가 낱낱이 파헤쳐져 온라인상에 퍼져나갔습니다 물론 비난받을 짓을 한 사람들이 일차적으로 잘못은 했지만 신상정보 공개 같은 무차별 '마녀사냥'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희생양이 될만한 누군가를 찾아내고 그 사람을 통해 공분을 해소하려는. 대개 그 마녀사냥의 희생자는 전혀 관련없는 엉뚱한 사람이 되기 쉽고.]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 인터넷 공간에서 마녀사냥식으로 이뤄지는 개인의 신상정보 공개는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개똥녀', '루저녀'에 이어 '패륜녀'까지.
마구잡이로 이뤄지는 개인 사생활과 신상 공개는 그릇된 행동을 바로잡는 시민의식이 아니라 자기 분풀이를 위한 범죄성 '온라인 테러'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