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한국인 최초 1억 조회건수의 기록을 돌파한 천재 기타리스트 정성하군을 만났습니다.
거창한 소개와는 달리, 여늬 중학교 2학년생과 다를 바 없는 눈 맑은 소년이더군요.
그러나 직접 눈앞에서 본 그의 기타 실력은 문외한인 제가 봐도 정말 놀라웠습니다.
유튜브의 작은 화면으로 보던 영상과는 달리, 1미터거리에서 지켜본 그의,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손가락은 무슨 마술처럼 신비롭게 움직여, 혼자서 여럿이 연주하는 듯한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 냈습니다.
뉴스 스튜디오에서 처음 시도되는 기타 연주여서, 혹시 몰라 음향팀에 콘서트용 마이크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주를 듣다 말고 대한민국 부모들이 흔히 갖는 고질병...(또래 아이들만 보면 무조건 자기아이와 비교하거나 동일시하게되는 일종의 정신착란 증상)에 빠져 들었습니다.
혹시 '대한민국 부모들이 갖는 고질병'에 이의를 제기하신다면, 저희 집안의 '유전병' 정도로 들어주셔도 좋습니다.
제 아버지도 제가 군대가 있을 때 군복입은 청년만 보면 무조건 차를 멈추고 어디가냐고 물어서 태워주셨다더군요..ㅋㅋㅋ
고질병이든, 유전병이든 '병'의 영향으로 제 아들보다 딱 두 살 더 많은 저 소년이 제 아들이라면 어떨까? 이런 상상에 빠져봤습니다.
소년이 돌아가고 방송이 끝난 뒤에도 상상의 나래는 계속 펼쳐졌습니다.
아이를 줄리어드 음대에 넣고, 카네기 홀에서 콘서트를 하고, 전설적 기타리스트 지미핸드릭스의 헌정앨범을 제작하는 단계까지가서….아~ 이게 꿈이구나, 하고 번쩍 정신이 들었습니다.
정신이 들고 나니 '천재의 부모'로서의 인생이 과연 행복할 것이냐, 혹은 가혹할 것이냐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세계최고가 될 가능성이 있는 자식의 재능을 발견한 부모는 과연 행복할까요?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를 사실상 모든 것을 희생하며 키워 낸 부모님은 과연 남들이 부러워하는 만큼 자신의 인생도 행복하다고 느낄까요?
천재 첼리스트이자 이제는 지휘자인 장한나의 부모님은 딸의 재능을 발견하자, 생업을 모두 정리하고 딸의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이주했다던데 그분들은 과연 행복했을 까요?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만, 저는 '글쎄요?' 였습니다.
자식이 세계최고가 될 가능성을 발견한 마당에 무시할 수도 없고, 반대로 그 재능을 키워주자니 내가 감당할 고난과 자식이 감당해야할 가시밭길을 생각하면 과연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할까?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제 아이는 천만다행으로 부모를 닮아, 예·체능에는 전혀 재주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그냥 '일반인'으로 평범한 행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뉴스마치고 새벽에 집에 돌아와, 이미 꿈나라를 깊이 헤메고 있는 아들의 통통한 엉덩이를 두드리며 '너 참 효자다' 라는 말을 되뇌었습니다.
P.S : 인터뷰하기 전 주말, 인터넷에서 정성하군의 연주를 찾아 열심히 듣고 있는데 아이의 바이얼린 선생님이 오셔서 레슨이 시작됐습니다. 삑삑~ 삡~ 음악인가, 소음인가…. 귓전으로 듣고 있던 차에,
아내가 "아니 당신은 아들의 저 아름다운 연주를 안 듣고 이어폰 꽂고 뭘 듣고 있는거야!!!! " 여지없이 바가지 세례가 퍼부어졌습니다.
아무래도 저보다는 아내가 더 좋은 부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