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똥물이 강으로.. 우리 입으로..

위태로운 우리의 하천을 살리기 위해


경기도 이천의 초지천은 우리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남한강의 제 2 지류입니다.

지난달 30일, 이 초지천이 돼지 분뇨로 뒤덮였습니다. 악취는 말할 것도 없고, 더러운 환경에서도 잘 견디는 붕어도 죽어 떠올랐습니다. 천을 따라가보니, 인근 돼지 농장 안에 있는 비료 공장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었습니다.

공장의 설명은 얼었던 분뇨가 날씨가 풀리면서 녹아, 분뇨를 막아놓았던 톱밥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렸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수년간 하천은 이 돼지 오물로 오염되고 있었고, 이 사고 또한 예정되어 있었던 사고였을 뿐이었습니다.

먼저, 분뇨를 막고 있던 것은 벽이 아닌 톱밥이었습니다. 톱밥이 줄어들면 언제든 터져나갈 수 있는 것이었죠. 게다가, 이곳에선 야외에서 비료를 만들기 위해 톱밥과 분뇨를 그대로 섞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배수로를 뚫어놓아, 섞는 과정에서 나오는 오물은 하천으로 직접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비가 오면 비와함께, 또 땅으로 스며들어가면 지하수와 함께 끊임없이 오염을 시켰던 거죠.

더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단지 돼지 분뇨만이 아니라, 돼지 사체까지도 함께 섞여서 썩어가고 있었다는 겁니다. (동물 사체는 어떻게 죽은지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묻을 수 없고, 인근에 하천이 있을 경우에는 묻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오랜세월, 시골이 다 그렇지라면서 참아왔던 주민들도 이번에 참지 못하고 공장에 몰려갔습니다. 또 시청에도 신고했습니다. 그제서야 공장은 부랴부랴 천을 청소하기 시작했고 해당 시설을 없애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고 평소에는 절대 방류하지 않았다는 변명만 계속했습니다.

이 비료 공장이 2002년 정식 등록하고 일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관할 시청은 이러한 환경 오염과 불법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큰 사고가 나자, 그제서야 경찰에 형사고발을 하고 매일같이 동네를 찾으며 정화작업을 지시했습니다.

하천에서 오물을 중장비와 삽으로 다 치웠다는 지난 3일 다시 찾아가 시료를 채취했습니다. 사건 발생이 5일이나 지났는데도,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을 만큼에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봄이 되면 이 초지천 양쪽에 펼쳐져 있는 논들은 모내기를 위해 이 물을 대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이 상태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시청에서는 농번기가 되기 전에 정상화를 시키라는 조치를 취했지만 생각할 수록 안타까운 일일 뿐이었습니다.

자연은 한 번 파괴되면 돌이키기 힘들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언제나 그것을 잊고 살아갈까요. 이번 취재를 하면서 '양심불량'과 '무관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다시금 느꼈습니다. 분뇨 재활용도 좋지만, 환경을 지키자는 취지의 재활용이 되려 환경을 오염시켜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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