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쉬움에 눈물이" 영원한 맏형, 이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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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세계 선수권대회와 월드컵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끝내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던 선수가 있습니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규혁 선수인데요. 다섯 번째 출전이자, 생의 마지막 올림픽을 마친 이 선수가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습니다.

주말 인터뷰, 남주현 기자입니다.

<기자>

이미 네 번이나 겪었어도 좌절의 아픔은 여전히 컸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참았던 눈물이 쏟아집니다.

[이규혁/스피드 스케이팅 올림픽 대표 : 실패했을 때, 그걸 수습하는 걸 제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네 번이나 실패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 더 힘든 것 같아요.]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첫 경기 500m부터 왠일인지 컨디션이 좋질 않았습니다.

경기 전날 잠을 설쳤습니다.

[이규혁/스피드 스케이팅 올림픽 대표 : 그 압박감을 못 견뎠던 것 같아요. 500m 1차 하기 전에 많이 지연됐잖아요. 눈물이 났어요. 그 때부터.]

1,000m에 집중하려 했지만 체력을 다시 끌어올리기에 이틀은 부족했습니다.

[이규혁/스피드 스케이팅 올림픽 대표 : 메달을 따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 마지막 시합이라고 생각하고 하니까. 그걸 좀 진작에. 500m부터 그렇게 했으면 좀 더 편하게 했을텐데.]

경기를 끝내고 숨을 헐떡이며 쓰러지듯 누웠습니다.

지칠대로 지쳤어도 마음으로는 여전히 빙판을 달렸습니다.

[이규혁/스피드 스케이팅 올림픽 대표 : 몸은 힘든데 정신은 멀쩡하더라고요. 지금 다시 타도 될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숨이 찬데도 한 번 더 할 수 있을 것 같고.]

꿈이 아로새겨진 링크를 차마 그대로 떠나진 못했습니다.

[이규혁/스피드 스케이팅 올림픽 대표 : 제가 마지막으로 올림픽을 치른 경기장이니까,올림픽이란 걸 좀 더 느끼고 가야겠다 싶어서, 혼자 스케이트장 한 바퀴 걷고….]

외롭진 않았습니다.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 힘이 됐습니다.

[이규혁/스피드 스케이팅 올림픽 대표 : 한 분, 한 분의 글을 볼 때마다 제가 울었어요. 어떻게 보면 그것 때문에 더 많이 운 것 같아요.]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첫 금메달의 꿈을 이뤄준 후배 덕에 마음의 큰 짐은 덜었습니다.

[이규혁/스피드 스케이팅 올림픽 대표 : 내가 아니더라도 우리 후배들이 주목받을 수 있게끔, 그래서 올림픽 메달이 그만큼 필요했고요.]

다섯 번째 올림픽, 그리고 마지막 올림픽 무대였습니다.

이제 새로운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이규혁/스피드 스케이팅 올림픽 대표 : 또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이제 못하니까, 이제는 선수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후배들에게 좀 더 힘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선배가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아쉬움은 남았어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16년동안 한국 빙상의 역사를 썼습니다.

그래서 그는 영원한 대표팀의 맏형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조춘동·이승환, 영상편집 :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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