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포터] 연아 흔들기?


ISU의 수장인 오타비오 친콴타가 김연아에게 4대륙 선수권 출전 요청서를 보내면서 그동안 짜여져 있던 김연아 팀의 올림픽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듯했다. 하지만 김연아 측이 최종적으로 4대륙 대회 불참 의사를 밝히며 올림픽때까지 별 탈 없이 훈련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전주에서 열리는 4대륙 대회는 상위권 선수들은 대부분 참가하지 못하는 일정에 맞춰서 개최된다. 김연아는 지난해 초부터 올림픽 준비 때문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고, 얼마전 미디어데이에서도 다시 한 번 불참을 언급했다.

애초에 별 관심을 받지 못하던 4대륙이 화재가 된 이유는, 아사다 마오의 참가가 결정되고 부터이다. 뜻밖의 부진으로 그랑프리 파이널에 참가하지 못한 아사다는 시즌 초반에 그랑프리 대회를 끝마치면서 대회 감각이 많이 무뎌지게 됐다.

전일본선수권 대회를 마지막으로 국제대회없이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면 부진했던 이미지를 끌어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4대륙 대회에 참가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올림픽 전에 어떻게 해서든 국제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지만 그 영향력이 올림픽때까지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어떤 대회든지 '우승자' 타이틀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아떨어진 대회가 4대륙이다.

아사다가 4대륙에 출전하면서 대회 흥행을 위해 전주시에서는 김연아의 출전을 바라게 되었고, 친콴타의 요청으로 김연아의 출전이 강요되는 상황까지 치닫게 되었다.

친콴타가 김연아의 참가를 내세우는 이유는 '월드챔피언이 속해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 기회를 계기로 하여 한국 피겨의 발전을 위해서'라고 한다.

또한 4대륙 대회는 올림픽 25일전에 개최되기 때문에 올림픽 일정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아무런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우선 우리나라는 이미 김연아의 활약으로 피겨스케이팅의 인기가 동계스포츠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을 정도로 치솟았다. 지난 2008년 고양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 참가하여 그 인기를 직접 목격한 친콴타가 이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거기다 김연아가 4대륙 선수권에 출전하게 된다면 캐나다와 한국의 14시간 시차를 이겨내고 오랜 비행을 견뎌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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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일정과 대회를 모두 소화해 내려면 적어도 일주일의 시간을 낭비해야 하고 캐나다에 돌아가서도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어도 일주일은 훈련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2주 정도 밖에 훈련을 하지 못하고 올림픽에 참가하게 된다.

이미 월드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인 김연아가, 모든 수고를 감내해 가면서까지 4대륙 대회에 출전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또 이미 우리나라는 4대륙에 출전할 선수명단이 모두 정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김연아를 언급할 이유가 전혀 없다.

또한 김연아 뿐 아니라 캐나다와 미국의 자국 내셔널 일정이 4대륙과 겹치기 때문에 그들 역시 4대륙에 출전하지 못한다. 결국 상위권 선수들은 일본 선수들 몇몇밖에 없다.

단순히 대회 흥행을 위해서 김연아의 출전을 강요한다는 것은 매우 이기적인 생각이다. 김연아의 인기로 피겨스케이팅에 고정팬들이 생긴 상황이기 때문에 김연아 없이도 흥행에 성공할 것이다. 아사다를 비롯한 일본 선수들의 출전이 확정된 만큼 일본팬들의 관심도 높다.

김연아 흔들기 작전?

결국 김연아의 출전을 강요한다는 것은 '김연아 흔들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미 연맹에서 출전할 선수가 정해진 대회에 ISU가 관여한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피겨 약소국이라고 해도 ISU의 이러한 행동은 지나친 간섭으로 받아들여진다.

김연아는 이번 시즌 적수가 없는 독보적인 길을 걸어왔다. 시즌 최하점이 다른 선수의 최고점과 비교해도 높을 정도로 이미 수준이 다른 선수가 된 것이다.

김연아의 이러한 선전이 피겨 강대국들 입장에서 곱게 보일리가 없다. 특히 피겨스케이팅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던 일본에서는 김연아의 성장이 매우 위협적으로 보일 것이다.

피겨 대회를 할 때 광고판을 보면 대부분이 일본기업 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자금이 따라오는 만큼 ISU에서도 그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일본 선수들은 언제나 후한 판정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 반하여 완벽하게 기술을 구사해도 감점을 받는 김연아가 깎아내릴수록 강력한 선수가 되고 있으니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맘껏 대우해 줄 수도 없는 것이 현재의 ISU의 입장이다.

이번 시즌 아사다의 부진은 아사다를 보고 투자해왔던 기업들에게 매우 큰 위기이고 어떻게 해서든 다시 한 번 김연아와의 라이벌로 급부상시켜 올림픽 금메달에 가까운 이미지를 심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쉬운 일이 김연아 팀의 올림픽 계획을 방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연아 진영에서 현명하게 판단하여 4대륙 대회 불참을 확정했고, 이는 가장 적절한 선택이다. 만약 올림픽때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출전하였다면 이도저도 안 되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이미 피겨스케이팅은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의 편파판정 스캔들로 올림픽 종목 퇴출 위기까지 경험했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시청하는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그러한 문제가 생긴다면 이제 올림픽에서 피겨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곳이 ISU이고 이미 세계 피겨계의 중심으로 성장한 김연아이기 때문에 함부로 편파판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김연아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훈련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이러한 작은 소동들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일일이 신경쓰지 않는 것이 김연아를 위해서도 김연아를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계숙 SBS U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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