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을 받은 '입법전쟁'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옛 신한국당의 노동관계법 기습처리 사건이 꼽힌다.
신한국당은 1996년 12월 26일 오전 6시에 단독으로 본회의를 소집해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 개정안 등 11개 법안을 전격 처리했다. 당시 본회의에는 신한국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했고 법률안 처리에 7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야당 의원 1백24명은 이에 반발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 권한 침해가 이뤄졌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당시 헌재는 "국회의장이 의원 개개인에게 적법한 방법으로 개의일시를 통보하지 않아 국회법을 위반한 만큼 의원들이 헌법에 의해 부여받은 권한인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음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재는 법률안 가결 선포를 무효로 해달라는 야당 의원들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수결의 원칙이나 회의공개의 원칙 등 국회의 의사절차에 대한 기본 원칙을 명백히 어겼다는 의견이 재판관 9명 중 3명으로 과반수에 못미쳐 법률안 가결 선포에 대해 무효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권한침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무효로 판단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미디어법 사건에 대한 결론과 '닮은꼴'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건의 핵심이었던 노동관계법이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에 여야 합의로 재개정이 이뤄진 상태였다는 점에서 이번 경우와는 상황이 달랐다.
2005년 12월에는 야당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학법 개정안 강행 처리와 관련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다.
국회의장이 질의를 생략하고 토론신청 유무도 확인하지 않은채 표결에 들어가는 등 부적법한 의사진행과 대리투표가 있었다는게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이었다.
헌재는 그러나 "의사진행이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할 정도는 아니었고 국회 회의록상 대리투표 의혹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헌재는 1990년 7월과 1991년 12월의 광주민주화운동 보상법 등 날치기 통과와 관련해 평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낸 최초의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서 "국회의원은 권한쟁의 심판 청구 자격이 없다"며 사건 접수 4년 6개월만에 각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