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청장님'

산성 대신 특수차벽


지난주 경찰이 집회, 시위 현장에 투입할 새 특수 차량을 제작해 공개했습니다.

이름하여 차벽 차량, 현장에서는 농담삼아 '트랜스포머' 차량이라고도 불렀는데요.

리모컨으로 조작하면 3분만에 4.5 톤 트럭에서 폭 8.6 m , 높이 4.1 m 의 차벽이 펼쳐지니 과히 트랜스포머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설비도 '최첨단'.

외부 감시용 CCTV 와 물포 분사 기능은 기본,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져 불이 났을 경우에 대비해 자체 소화설비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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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회에선 의경 수십명이 차량을 밀어 넘어뜨려도, 쇠파이프와 해머로 두드려도 끄떡없다는 설명이 계속되던 가운데, 강희락 경찰청장도 직접 해머를 들고 시연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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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카보네이트 특수 재질의 견고한 내구력에 만족한 '청장님'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현장에 있던 몇몇 경찰 간부들은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대당 8천 5백만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특수 '차벽 차량' 을 도입하면 시위대와 경찰 사이의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을 막고, 경찰 버스의 파손을 막아 시위 진압에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차량을 보며 지난해 촛불집회가 생각났던 건 비단 저 뿐일까요.

세종로를 가득 메운 경찰 버스 뒤편으로 살수차가 배치돼 있고, 청와대로 가겠노라며 경찰 버스를 빼내는 집회 참가자들과 버스 안에서 휴대용 소화기를 뿌려대던 전의경들.

그리고 버스에 올라서서 방패로 몸을 가리고 시위대 사진을 찍던 모습들.

특수 차량은 이 모든 번거로움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장비였던 겁니다.

집회를 막아야하는 입장에선 효율적인 장비를 개발해냈으니 뿌듯했겠지만, 거대한 컨테이너 산성 앞에서 절망해 본 사람들에겐 투명 소재의 차벽도 또다른 암흑으로 다가올 따름입니다.

과연 경찰이 만든 '트랜스포머'는, 지구에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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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한승환 기자는 2007년 SBS에 입사해 이제 막 취재를 시작한 새내기 기자입니다. 호리호리 마른 인상이지만 누구보다 뜨겁게 취재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슴에 품고 오늘도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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