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만에 드러난 그 교통사고의 진실

100억대 재산가가 부인 살해 '충격'


지난해 11월 11일 밤 9시40분,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의 한 도로에서 승용차 1대가 대전차 방호벽(뭔지 아시죠? 터널처럼 만들어놓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차 안에는 30대 부부가 타고 있었는데 조수석에 타고 있던 37살 부인은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습니다.

워낙 한적한 도로였던 만큼 목격자도 없고 CCTV도 없는 상황.

사고가 어떻게, 왜 났는지...

진실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운전을 한 39살의 남편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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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부주의로 승용차가 방호벽을 한 차례 충돌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단순히 운전자의 실수로 일어난 단순 교통사고와 다를 바가 없어보이는데, 그러나 단순 사고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한두개가 아니었습니다.

조수석에 타고 있는 부인은 온몸에 부상을 입고 현장에서 즉사를 했는데 운전을 한 남편은 어찌된 일인지 찰과상조차 입지 않았습니다.

또 차가 구조물과 정면 충돌을 했는데도 차량의 우측 부분만 파손이 돼있었습니다.

경찰은 사고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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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일어난 지 7개월.

그 사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차량과 현장에 대한 정밀감정을 통해 사고 차량이 운전자의 주장대로, 한 차례 부딪힌 것이 아니라 두 차례 충돌한 것을 밝혀냈습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차량이 충돌한 지점이

1) 방호벽입구에서 2미터 정도 들어간 지점,

2) 방호벽 바로 입구, 이렇게 두 군데였는데

입구에 충돌한 것이 시간상 더 뒤에 일어났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한번 충돌하고 그 충격으로 2차 충격을 한 것이 아니라 1차 충돌 뒤에 후진이나 유턴을 해서 다시 충돌을 했다는 얘깁니다.

운전자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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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충돌로도 부인이 숨지지 않자 다시 더 빠른 속도(시속 100km 추정)로 달려와 사고를 낸 것입니다.

특히 국과수는 부인의 시신을 부검한 뒤 다른 교통사고 희생자의 시신과 달리 부인의 두 손목이 골절된 사실에 근거해 부인이 사고가 날 거란 사실을 예측하고 손잡이를 잡으면서 강하게 저항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 남자는 이렇게 끔찍한 짓을 저질러야 했을까요.

결혼한 지 이미 10년이 지나 슬하에 초등학생, 유치원생, 2살 난 세 자녀를 두고 있던 이 부부는 동대문시장에서 의류 도매업을 하며 100억대 재산을 모았다고 합니다.

정말 남부러울 것 없을 것 같게 들리지만, 사고 당시 부부는 이미 별거중이었는데요. 부인은 남편이 매장 직원과 불륜을 저질렀다면서 이혼과 함께 100억대의 재산을 분할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낸 상태였습니다.

남자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결국 자신의 옆자리에 부인을 태우고 고의로 사고를 내서 부인을 숨지게 하는, 정말 공포영화에나 나올법한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부인을 살해한 뒤에 이 남자, 죄책감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세 자녀를 친척집에 맡긴 채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 없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입사 이후에 줄곧 사회부 기자 생활을 하다 보니, 아이를 살해한 비정한 엄마, 부모를 살해한 인면수심 아들 등등 비정한 가족들이 저지르는 사건들을 취재한 것도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어떻게 그럴 수가...'를 되뇌이면서 기사를 쓰게 되죠.

믿을 사람은 가족 뿐이란 말을 많이들 하는, 이 무섭고 험한 세상...

그래서 더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위 내용은 모두 경찰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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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활기찬 모습과 적극적인 취재로 SBS 사회부 사건팀의 분위기를 이끄는 정유미 기자는 2006년에 SBS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앳된 모습이지만 각종 사건.사고의 현장을 거침없이 누비며 보도국의 신세대 핵심전력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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