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1980년 5월, 광주항쟁 당시 계엄군에게 봉쇄돼 있던 광주에 희생자를 걱정하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위로금을 보낸 사실이 29년만에 밝혀졌습니다.
김 추기경의 비밀 편지, 심영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희생되고 있던 1980년 5월 광주.
군의 봉쇄로 외부와 철저히 격리돼 있던 그곳 천주교 광주대교구에 뜻밖의 편지 한 통이 전달됐습니다.
서울에 있던 김수환 추기경이 5월 23일쯤 윤공희 대주교앞으로 보낸 짤막한 편지였습니다.
친필로 다급하게 쓴 듯한 편지에는 "많은 사람이 다쳤다는 소식에 걱정이 크다, 평화적으로 잘 해결됐으면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윤공희 대주교/1980년 당시 광주대교구장 : 밖에서는 정확한 소식을 알 수가 없었으니까 여기 상황을 짐작하시고 많은 희생자가 생긴 것을 알고 계셨고.]
편지에는 당시로서는 꽤 큰 금액인 현금 백만 원이 함께 들어있었습니다.
비밀스럽게 보낸 김 추기경의 편지는 아이러니하게도 광주를 맡고 있던 계엄군의 군종신부를 통해 전달됐습니다.
윤 대주교는 고립된 광주시민들에게 김 추기경의 편지가 큰 힘이 됐다고 회고합니다.
[추기경이 밖에서 염려하고 있었다는 게 큰 위로가 됐죠. 그런 노력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김 추기경은 이처럼 조금이라도 희생을 줄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5월의 광주는 이후로도 평생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다며 가슴아파 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