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억 횡령 공무원, 로또 당첨됐다 속이고 호화생활

양천구 보조금 횡령직원…"발각될 줄 몰랐다"


서울 양천구 기능직 8급 공무원 안모(38)씨는 장애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보조금을 빼돌려 벤츠 승용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가 2005년 5월부터 40개월간 횡령액 액수는 26억4천400만원으로, 월평균으로 따지면 웬만한 월급쟁이의 연봉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인 6천610만원이나 된다.

안씨의 월급이 28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2년치 연봉을 매달 챙긴 셈이다.

그는 이 돈으로 1억원짜리 벤츠 승용차와 국산 고급차인 오피러스를 사들였다.

그는 벤츠를 몰고 다니다가 동료 직원에게 처음 들켰을 때 "아내가 로또에 당첨됐고, 처가가 부자다"라고 둘러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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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0급 기능직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안씨는 또 빼돌린 돈으로 강서구 화곡동에 5억원 상당의 33평형 아파트를 장만했다.

박봉으로 전세를 떠돌던 그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구청에서는 평범하고 조용한 스타일의 하급직 공무원이지만 퇴근 후에는 남부럽지 않은 호화생활을 한 것이다.

안씨는 거금을 수중에 넣었음에도 주위 동료들에게는 돈을 `펑펑' 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등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면서 `2중 생활'을 했다.

그는 횡령한 돈을 자신과 부인, 모친 이름으로 만든 5개 계좌로 분산해 관리했다.

구청 측은 횡령사실이 드러난 뒤 이들 계좌에 16억1천만원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환수했다.

안씨는 구청 차원의 조사에서 "가족 몰래 계좌를 개설했고 가족은 횡령사실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통장에 남아 있는 돈과 부동산.차량 구입비를 제외한 나머지 4억원 상당은 동대문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부인을 위해 사용됐을 것으로 구청 측은 추정하고 있다.

안씨는 횡령 사실이 적발되고 나서 "이렇게 발각될 줄 몰랐다"며 자신의 횡령이 완전범죄가 될 줄로만 알고 있는 것 같았다고 구청 관계자는 전했다.

양천구는 안씨의 집과 승용차에 대한 강제매각 절차를 밟아 횡령당한 돈을 추가로 환수할 방침이다.

양천구 관계자는 "안씨는 평소에 말이 별로 없었고 상사가 시키는 일도 묵묵히 성실하게 수행했다"면서 "집안이 크게 가난한 편도 아니었는데 어떤 사유로 공금에 손을 대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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