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승수 "'유리의 성'으로 매너리즘 벗었다"


시청률 30%를 위협하고 있는 SBS TV 주말극 '유리의 성'은 요즘 석진(김승수 분)과 준희(유서진), 민주(윤소이)의 묘한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과거 연인 사이였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졌던 석진과 준희는 현재 재결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상태. 그런데 준희와 떨어져있던 사이 석진과 민주는 잠시 서로에게 마음을 줬던 '비밀'을 공유하고 있고, 준희와 민주는 현재 시누이-올케 간이다.

두 여자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는 김승수(39)는 "석진이라는 인물이 마음에 든다. 오랜만에 고민하며 연기하게 만든다"며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뻔 했던 나를 정신차리게 했다"며 웃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02년 이후 7년간 그가 촬영을 안하고 가장 길게 쉰 기간은 고작 한달이다. 남들은 '몇 년 만의 컴백'을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작품을 이어갔다.

"막상 쉬면 할게 없어요. 일주일 정도 쉬면 '신문 기사라도 좀 외워볼까' 하게 되요. 대본을 안 외우면 이상해지는 거에요.(웃음) 그런데 그렇게 쉼없이 하다보니 기계적으로 연기를 할 때도 있었어요.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는데 석진을 만나 여러가지로 새롭게 저를 정비하고 있어요."

그럴 수 있었던 데는 '유리의 성'에 함께 출연하는 선배 연기자 박근형의 채찍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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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석진을 좀 재미있는 캐릭터로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박근형 선생님께 많이 혼나면서 캐릭터를 수정했습니다. 시니컬하지만 가슴은 따뜻한 석진은 무채색의 느낌이에요. 직장 후배인 민주가 사랑과 함께 위엄을 느낄만한 존재가 되야했던 거죠. 캐릭터에 대해 많이 고민하면서 매너리즘을 극복했어요."

그 결과 석진은 겉으로 보기에는 차가운 듯한 방송사 앵커이지만 마음은 따뜻한 남자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무엇보다 석진 덕분에 '주몽'의 악역이었던 '대소'의 이미지를 떨쳐내 기쁘다.

"'대소'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어요. '주몽' 끝난 후에는 어딜 가나 '대소'라고 불렸어요. 그런데 석진 덕분에 대소 이미지가 많이 지워져 참 기뻐요. 악역이냐 아니냐를 떠나 어떤 한가지 캐릭터의 이미지가 계속 남는다는 것은 연기자에게 부담이 되거든요."

김승수는 대표적인 '생활형 배우'로 꼽힌다. 연예계에는 이미지를 고려해 1년에 한 작품을 할까말까 하는 스타 군단이 있는가하면 한쪽에는 줄기차게 작품을 이어가는 배우들이 있다. 후자를 '생활형 배우'라고 한다.

"'생활형 배우'라는 말에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여유도 묻어납니다. 저라고 청춘 스타로서의 욕심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상황이 받쳐주지 않는데 저 혼자 마냥 고집을 피울 수는 없잖아요. CF를 찍지 않는 한 작품을 계속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연기자들은 생활이 쉽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전 감사할 따름이죠.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작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절묘한 타이밍으로 작품이 계속 이어졌다는 것이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1997년 MBC 공채 6기로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계속 일을 해야 살 수 있는 상황에 몰리면서 '생활형 배우'로 빨리 돌아섰다"면서 "지금 경제적으로 편해진 것은 그렇게 쉬지 않고 일해온 보상이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동년배들처럼 미니시리즈를 고집하지 않고 일일극, 아침극, 주말극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덕분에 그는 특히 주부 시청층에게 인기가 높다. 그 결과 '사위 삼고 싶다'며 관심을 보이는 50~60대 어머니들이 적지않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여성분을 소개받은 적도 있는데 잘 되지는 않았어요.(웃음) 사실 제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요. 결혼이 그렇게 급하게 여겨지지 않거든요. 여자친구가 없을 때는 외로움이 극심하지만 막상 생기면 소홀해져요. '내가 뭘 믿고 이러지?' 싶으면서도 아직은 일이 더 좋네요."

데뷔 13년차인 그는 "처음에는 뭣모르는 기대감과 욕심이 있었다. 상처도 받고 좌절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여유가 생겼다"면서 "그렇다고 '생활형 배우'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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