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현장' 정동 세실 레스토랑,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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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80년대 민주화 항쟁때부터 기자회견이나 시국 선언의 단골 장소로 애용됐던 서울 정동의 세실 레스토랑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됐습니다.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역사의 현장을 유성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세실 레스토랑은 서울 중구 정동 3번지 덕수궁 옆 세실극장 지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제 식민지 시절 대한성공회 4대 주교였던 세실 쿠퍼에서 이름을 땄습니다.

1979년 문을 연 뒤 도심에서 편하게 만나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라며 지식인과 젊은이들이 많이 찾았습니다.

하지만 87년 6월 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인사들이 주로 이곳에서 만나 투쟁전략을 논의한 것을 계기로 진보세력의 단골 회합 장소가 됐습니다.

[이수정/세실레스토랑 대표 : 피신 하신 분들이 성당쪽으로 피신하면 경찰들도 못 들어오고 그런 어떤 장점이 있어서 여기를 많이 사용하셨다고 해요.]

90년대 후반 들어서는 대거 정계에 진출한 386세대 민주화 운동 출신 정치인들도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최근에는 보수단체도 기자회견이나 시국선언 계획이 있으면 이곳을 찾았습니다.

결의에 찬 선언, 뜨거운 외침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당대 내로라하는 지식인과 문인들도 제집처럼 드나들며 역사와 인생을 논하는 문화의 중심이기도 했습니다.

[김형석/연세대 명예교수 : (강연록을) 집필하다보면 이 내용은 세실에서 구상하던 건데…. 구상해서 어디가서 강연했던건데…(하는 생각이 들죠.)]

그러나 지난해부터 사정이 부쩍 어려워졌습니다.

시청 앞에서 매일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열리면서 길이 막혀 손님들이 찾아오지 못하고 한창때는 하루에 3~4번씩 열리던 기자회견까지 확 줄었습니다.

결국 매달 천2백만 원씩 내야하는 임대료와 관리비 맞추기도 버거워졌습니다.

[이수정/세실레스토랑 대표 : 모든 어떤 모임 집합소가 시청 앞이다 보니까 예약건이라던지 이런게 계속 불발이 되고 그러다 보니까 좀 타격아닌 타격을 많이 입었어요. 그래서 끌고 가는게 저희도 많이 버겁고.]

사회를 향한 발언대, 담론의 발전소 역할을 하며 묵묵히 우리 현대사를 지켜본 세실 레스토랑은 모레(10일) 토요일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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