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오류 - 피할 수 없는 홍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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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사태가 또 일어날 위기입니다. 출제오류. 아마 수능을 관리하는 교육과정평가원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해 수능 물리 2 과목에서 채점을 모두 끝낸 뒤 출제오류 문제가 불거져 결국 평가원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사태까지 빚은 바 있습니다. 수능이 60만명에 이르는 수험생들의 인생을 좌우할 만큼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올해도 137 문항에 대해 이의신청이 들어왔습니다. 그중에 가장 뜨거운 논란은 사회탐구 영역의 정치 과목 문제에서 일고 있습니다. 문항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전형적인 두 정부 형태,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설명하는 보기 문항에서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입니다. 5개의 보기 가운데 3개는 누가 봐도 확실히 틀리는 것이고 나머지 두개가 논란거리입니다. ②번 보기는 '대통령제의 의회는 각료 임명에 대한 동의를 할 수 있다'이고 ③번 보기는 '의원내각제의 의회는 행정부 수반을 탄핵할 수 있다'입니다. 여러분은 둘 중에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쉽지 않죠?

교육과정평과원이 제시한 답은 ②번입니다. 하지만 일부 정치 학계의 학자들과 유명 학원 강사들, 일선 고교 담당 교사들은 ③번이 정답이거나 적어도 ②번과 ③번 모두 정답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②번 보기는 아마 대통령제의 효시인 미국에서 행정부의 주요 각료에 대해 상원이 인준하는 제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됩니다만, 대통령제의 특징이라고 보기에는 한정된 사례일 뿐이라고 반박합니다. 당장 대통령제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국무총리에를 제외하고는 의회가 각료 인선에 대해 청문회를 할 뿐이지 동의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엄격한 삼권분립이라는 대통령제의 보편적 특성에 비춰보면 조금 어긋나는 제도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 미국에서 실시하는 만큼 대통령제에서의 권력간 견제와 균형 장치의 하나로 봐야한다는 논리라며는 의원내각제인 영국이 총리에 대한 탄핵권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③번 문항도 맞게 해야한다는 반론을 폅니다. 실제 몇년전 영국 블레어 총리의 이라크전 처리에 불만을 품은 영국 의회가 총리 탄핵 발의를 시도한 적이 있죠. 의원내각제에서는 내각불신임이 있기 때문에 탄핵은 무의미하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다른 설명이 있습니다. 내각불신임은 내각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의회가 반대를 하면서 행정부 수반 뿐 아니라 내각 전체를 물러나게 하는 행위인 반면 탄핵은 주로 법적, 또는 윤리적 책임을 물어 개개인에 대해 퇴진을 강요하는 것으로 각각 다른 차원에서 허용된 권리라는 설명입니다.

물론 정치 학계내에서 많은 학자들이 굳이 정답을 하나만 찾는다면 ②번이 더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은 "정부 형태와 탄핵은 기계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형태의 특징으로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합니다. ②번 보기가 맞냐, ③번 보기가 맞냐를 떠나서 문제의 정치 과목 문항은 전공 학자들까지 헷갈리게 하는 만큼 잘못된 출제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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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우리나라 최고의 평가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주관하는 수능 시험에서 자꾸 출제오류가 발생하냐는 점입니다. 이번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 11월초부터 출제위원 299명, 검토위원이 182명, 경찰 등 관리요원이 175명 등 656명이 한달여동안 지방의 한 리조트에 완전히 격리된 채 감옥과 같은 생활을 하며 문항을 준비합니다. 출제 기간 동안 외출은 아예 꿈도 꿀 수 없고 직계존속의 喪을 당한 경우에도 단 2시간의 참석이 허용될 뿐입니다. 그것도 무슨 중죄인 마냥 감시조가 따라 붙습니다. 그래서 우스개소리로 '한번 수능 출제단으로 입소하면 본인 상 외에는 나올 수 없다'는 말까지 있습니다. 출제위원은 그 학계에서 인정 받는 교수와 전국의 실력파 교사들이 6대 4의 비율로 구성되며 이것을 다시 검토위원들이 철저히 따져봅니다. 그리고 시중에 나와있는 3천권의 각종 참고서들을 갖고 들어가 혹시 겹치는 문제가 없는지 꼼꼼하게 가려냅니다. 이런 엄청난 노력과 많은 사람의 희생이 투여되는데도 지난해 수능이나 올 6월 모의 수능에서 수리 나 과목같이 잘못된 문제가 나온다는 점은 불가사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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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아무리 많은 인력과 돈과 시간이 투입되더라도 47개 과목에 걸쳐 천개 훨씬 넘는 문제를 매년 출제하는데 실수 하나 안나올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인간이 하는 행위일진대 완벽할 수는 없겠죠. 사고가 나려면 백 수십 가지의 사전 징후를 사람들이 무시하거나 알아채지 못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여러 사람이 보고, 또 따져봐도 오류가 생기려면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수능만은 안됩니다. 개개 당사자에게는 인생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문제 하나로 인해, 그로 인해 연쇄적으로 파생되는 혼란으로 인해 어느 누군가의 인생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식상한 표현입니다만 '목숨을 걸고서라도' 단 하나의 오류를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만약 이번 정치 문항이 출제오류로 결론이 난다면 지난해부터 모의 수능까지 포함하면 교육과정평가원은 연속 세번의 실수를 범하는 셈입니다. 부디 더 이상 이런 논란과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다시 한번 몸과 마음을 다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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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 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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