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개발의 그늘…추억 속 '골목길'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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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골목길' 하면 어린 시절의 애틋한 추억 떠올리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추억의 골목길이 도시 개발의 바람을 타고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최희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조선시대 서민들이 임금님과 양반들의 행차를 피해 다녔던 서울 종로 피맛골.

해방 이후에는 술잔을 부딪히며 애환을 토로하던 서민들의 해방구였습니다.

지금은 피맛골 초입부터 거대한 고층빌딩과 차도로 가로막혔습니다.

그나마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던 청진동 일대도 서울시의 재정비 계획에 따라 빌딩촌으로 탈바꿈하게 돼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모습입니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피맛골의 30년 단골 서지학자 김영복 씨는 지금도 피맛골을 걸으면서 옛 발자취를 느낍니다.

[김영복/피맛골 단골 : 큰 길이라는 게 만약에 거대한 사회라면, 이 피맛골이라는 것은 그 거대한 사회에서 찌들어 사는 사람들이 숨을 쉬는 곳.]

한옥과 양옥이 어우러져 옛 정취를 자아내는 서울 홍파동 일대.

50년 이상된 기와집들 사이로 미로처럼 얽혀 있는 옛 분위기의 골목길과 숨을 헐떡이며 오르고 조심조심 내려올듯한 가파른 계단의 골목길까지.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주민들에게 골목길은 일상의 가치가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강원준/주민 : 우리 어렸을 적에 전부 골목에 나와서 애들이 골목에서 뛰어 놀았잖아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숨바꼭질하고.]

하지만 이곳의 골목길은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곧 없어지고, 아파트숲이 이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철거와 건설 위주의 도시계획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중재/문화우리 사무국장 : 삶의 어떤 양식 그것이 문화거든요. 그런 어떤 양식이 남아 있는 곳을 보존하고 남기는 게 제대로 된 문화라고 생각을 하고요.]

점차 설 자리가 없어지는 서민들의 문화와 옛 흔적들.

화려해 보이는 아파트숲 도시 개발의 그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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