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공포의 '진원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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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광풍이 일주일 만에 한풀 꺾였습니다. 한적하던 식약청 기자실은 여전히 기자들로 북적거리지만 다들 "오늘은 뭐 쓰지" 하고 있습니다. 잠깐 짬내 정리 한 번 해보겠습니다. (이게 10월 1일 낮까지 상황이었는데, 다시 분유 원료에서 나오면서 재점화되고 있습니다만;;; 뭐 국산 분유나 이유식에서 멜라민이 나오지만 않으면 이렇게 잦아들 듯도 합니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일단 줄줄이 적어 올려보겠습니다.)**

-멜라민 공포의 진원지는 어디일까요?

물론 단답으로 하면 중국입니다.

하지만 단지 중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만 하기엔 한국땅을 뒤덮은(었던) 그 공포는 실체가 있던 것인지 사실 의문입니다. 중국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해서 지진 공포가 엄습하진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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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점심 먹고 나오는 길에 만난 식약청의 한 과장이 제게 물었습니다.

"일본은 왜 조용한 지 아세요?"

식약청은 지난주 토요일부터 청장 이하 전 직원이 휴일 없이 나와 멜라민 문제 해결(?)에 매달려있지요. 그런데 우리와 비슷하게 중국산 가공식품에서 멜라민도 나오고 했던 일본에는 왜 멜라민 공포가 없거나 혹은 적었을까요.

-오지선다형으로 풀어봅시다.

지금의 멜라민 공포(melamin phobia)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요. 다음 빈 칸에 맞는 말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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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멜라민 공포는

1. 사람들이 멜라민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잘 알게 되면 안 그렇다.
2. 식품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그렇다. 제대로 대처했으면 안 그랬다.
3. 언론이 공포를 조장해서 그렇다. 차분한 기사가 이어졌다면 안 그랬다.
4. 중국발이라서 그렇다. 늘 사고를 쳐왔던 중국산이 또 문제여서 그렇지 다른 나라였으면 안 그랬다.
5. 모든 게 2MB 때문이다.--;;

(단, 답은 1개가 아닐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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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부터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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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지의 소산?

이전 포스트에 식약청이 발표한 멜라민 Q&A를 올려놨습니다. (☞ '멜라민 Q&A -식품 의약품 안전청' 다시보기)

멜라민과 색소의 일종인 멜라닌을 혼동하는 일도 잠시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멜라민이 뭔지는 초등학생들도 압니다. 유기화합물질의 일종으로 멜라민 수지를 만들어 플라스틱 그릇을 만드는 데 쓰이고, 비료를 만들기도 한다고 합니다.

독성 수준도 높지 않습니다. 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에서 처음 멜라민 137ppm이 나왔을 때 위해성이 낮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동원된 예는 '체중 20kg인 어린이가 하루에 13개씩 장기간(평생) 먹으면 유해할 수 있는 수준'이란 것이었고, 다음에 유창 FC가 수입한 커피크림 원료 '베지터블 크리머 F25'에서 1.5ppm이 검출됐을 때는 하루에 이 커피크림이 든 커피를 3-4천 잔은 마셔야 유해하다는 것입니다.

국내 제품 중에 이제까지는 가장 높은 수치가 나왔던 미사랑 코코넛은 271.4ppm이었는데요, 그러면 20kg 어린이가 하루 6~7개씩 장기간(평생) 먹어야 유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면 중국 영아들은 왜? 라는 반문을 하게 되는데요, 그건 그 아이들이 2차, 혹은 3차 가공식품이 아니라, 1차 식품이었던 분유나 우유를 직접 먹었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성이 강했을 겁니다. 우유 양을 늘리기 위해 물을 타고 그러면서도 단백질 함량을 맞추려고 멜라민 가루를 첨가한 것이라서 싼루사의 분유에서는 6,196ppm의 멜라민이 나왔다고 합니다. 국내 검출량과 비교해보면 22배가 좀 넘는 수치네요. 이렇게 많은 양의 멜라민이 함유된 분유를 아이들은 주식으로 하루에도 여러 번씩 먹게 되니까 많아야 10%, 적으면 0.5% 정도밖에 들어있지 않은 가공식품을 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죠.

이 정도 내용은 최근 며칠 간의 뉴스만 눈여겨보거나 인터넷을 좀 뒤져보면 금세 찾을 수 있습니다. 무지에서 기인한 공포도 초기에는 분명 있었겠습니다만 이제는 그런 단계는 넘어섰다고 봅니다.(물론 그만큼 멜라민 광풍도 잦아드는 추세지만요.)

국내에는 중국산 분유와 우유 등 유제품 수입이 거의 없다고 하고, 중국산 버터의 경우엔 멜라민 검사 결과 검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유제품이 원료로 사용된 가공식품을 검사한 결과도 현재까진 위험한 수준이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요. 분유나 이유식 원료로 사용된 락토페린에서 멜라민이 나왔다지만 미량이고 제품에선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소비자는 꺼림칙합니다. 꺼림칙하니까 과자도 안 사고, 꺼림칙하니까 홈 메이드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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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꺼림칙'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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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늑장 대응? 부실 대응? 성급한 대응?

(놈놈놈 같습니다만..^^;;) 식약청은 9월 12일 중국 당국의 발표 뒤 엿새만인 9월 17일부터 국내에 들어온 중국산 분유 함유 식품에 대해 검사를 시작합니다. 기한은 11월 30일, 검사 대상은 중국산 분유가 10% 이상 함유된 식품입니다. 그런데 하루만에 대상을 중국산 분유가 사용된 모든 가공식품으로, 다시 22일부터는 분유, 우유, 유청, 카제인, 유당 등 모든 유성분이 든 가공식품으로 확대합니다. 그리고 24일에 미사랑카스타드에서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유성분이 든 모든 중국산 가공식품을 수입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식약청이 늑장대응했다는 근거로는 흔히 우리보다 후지다고 인식되는 동남아 여러 나라가 중국산 유제품 수입 금지를 먼저 발표했다는 것인데요, 구분해서 봐야할 건 그 나라들은 유제품 수입금지를 했다는 것이고, 우리는 유성분이 든 모든 중국산 가공식품을 수입금지했다는 겁니다.

앞서 적었듯 국내에는 중국산 분유를 포함해 유제품 수입이 거의 없었고(가공용 버터 정도) 수입금지를 우리보다 먼저 발표한 나라들은 중국산 분유 등 유제품을 수입했던 곳이기에 위험성으로 따지면 우리보다 훨씬 우려할 만한 곳이었던 거죠.

22일 유성분 든 모든 가공식품 조사한다는 조치는 24일에서야 이런 조치를 내린 미국 FDA나 26일 유성분 함량 10% 이상 제품에 조치한 유럽보다 빨랐습니다. 늑장 대응은 아니라는 거죠.

부실 대응 문제도 해당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검사 대상을 발표하고 또 확대하고 강화하는 게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졌습니다. 물론 부분부분 조사대상 품목수가 엇갈렸다든가 하는 미숙함은 눈에 띄었고, 검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해프닝이라든가, 소량의 멜라민이 검출된 경우엔 적합 판정을 받았던 로트의 제품이 다시 부적합 판정을 받는 일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면 썩 대단히 부실했던 대응은 아니었습니다.

성급한 대응이라 할 만한 부분은 더러 있습니다.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지만, 검사 대상에 대한 전면 판매, 유통금지는 성급했습니다. 유성분이 든 중국산 가공식품이 428개 품목이란 발표는 그렇다 해도, 이미 검사가 끝났다는 123개 품목 외의 나머지 305개에 대해 일괄 판매, 유통금지를 한 것은 너무 빨랐고 강도가 셌습니다. 그러면서도 실효성은 없었습니다. 여기에 유통기한별로 검사를 모두 하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판매 금지 명단이 오락가락했던 것도 성급한 대응에 뒤따른 결과입니다.

(3번부터는 다음에 잇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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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03년에 SBS에 입사한 심영구 기자는 사회1부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참 넓고 깊고 복잡하고 중요한 분야'라면서 건강하게 오래사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써보겠다고 합니다. 사내커플로 결혼한 심 기자는 부부가 방송 기자로 활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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