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살고 싶어요."


현대판 '마타하리', '탈북자를 위장한 여간첩'.

지난 8월 원정화씨 구속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제히 언론매체를 장식한 수식어들입니다.

군 장교에게 접근해 군사 정보를 빼내고 미군 기지를 촬영해 북에 넘기는 등 말그대로 혐의 사실만 보더라도 첩보 영화를 방불케하는데요.

'공안 정국을 위해 혐의를 만들었다', '정말 간첩 맞냐', '혐의가 약하다' 등등 여러가지 음모론도 난무하지만, 일단 검찰과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만 봐서는 원 씨의 생활이 정말 영화처럼 화려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위장결혼과 이혼, 남한 사회를 접한 뒤의 가치관 혼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언제 북한으로부터 징계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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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아닌 공판에서 원 씨를 직접 보고나니 그런 생각은 더 강해졌는데요.

원정화 씨에 대한 첫인상은 북한 사투리를 사용하는 지극히 평범한 30대 여성으로 첩보 영화속 여자 스파이나 마타하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오히려 시종일관 겁먹고 주눅든 표정에서는 그동안 얼마나 힘들고 기구한 인생을 살았을까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원 씨가 북한의 가족들이 숙청당할까봐 자수도 못한 채 가족들 걱정에 울먹이는 모습은 측은한 마음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사건의 내막이야 어찌됐든 원 씨 또한 남북 분단의 비극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희생양 가운데 한 명인 것은 분명해보였습니다.

형집행이 어떻게 마무리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 상처의 치유를 위해서라도 공판 최후진술에서 밝힌 그녀의 소원이 이뤄지길 기대해봅니다.

그 소원이 꿈꾸기조차 힘든 무리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평범하죠. 원 씨가 흐느끼며 마지막으로 재판부에 남긴 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딸과 함께 살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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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마포경찰서를 출입하는 이호건 기자는 2006년 SBS에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국제부 기자를 거쳐 현재 사회2부 사건팀에서 젊은 기를 발산하고 있습니다.  그의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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